예전보다는 영향력이 줄었다지만 일본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게가 있다. 일본은 한국이 다섯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수입은 세 번째로 많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량도 지난해 851억달러로 중국과 미국에 이은 3위다.
"韓·日 교역 파탄나면 한국이 더 손해"
일본에도 한국은 수출대상국 3위, 수입대상국 5위 국가다. 양국 간 경제적 의존관계가 깊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면 양국 모두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양국 간 교역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한국의 타격이 더 클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 가운데 주력 산업에 없어선 안될 핵심 소재·부품·장비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본 수입품 1위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62억달러)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설비가 여럿 있다. 2위인 반도체(45억2000만달러)엔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센서 등 광개별소자가 포함돼 있다. 일본산 정밀화학원료(19억달러)에는 이번에 규제 대상이 된 고순도 불화수소와 리지스트(감광액) 등이 들어가 있다.

반면 한국이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는 석유제품(52억1000만달러), 철강(21억3000만달러) 등은 범용 제품이 대부분이다. 반도체도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12억4000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하지만 한국산 수요가 크지 않고 대체 공급처도 마련돼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일본은 도시바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즉 한국의 일본산 수입품은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 많고 수출품은 대체 가능한 것이 대다수라는 얘기다.

다만 한·일 무역분쟁이 길어지면 일본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차적으로 불화수소 등 제조업체들이 피해를 본다. 일본 스텔라, 모리타 등 불화수소 제조업체는 한국 매출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면 일본도 수출 규제를 오래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주력 산업 핵심 소재·부품을 국산화하지 못한 탓에 일본에 급소를 찔린 데 대해서는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