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진실게임…회계사들 콜옵션 존재 정말 몰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회계사들은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조항을 모르고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내놨다. 검찰은 콜옵션 조항이 삼바 분식회계의 단초가 되는 것으로 간주해 사실 여부에 따라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행정소송 항고심에서 삼성바이오 소송 대리인은 “삼성바이오가 삼정회계법인에 2012년부터 콜옵션 존재 내역을 통보했다”며 2018년 제13차 증권선물위원회에 낸 삼성바이오 경영수첩과 콜옵션 관련 국문요약본을 증거로 제출했다. 경영수첩은 2012년 1월 삼성바이오 재경팀에서 작성한 보고 문건으로 콜옵션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대리인은 회계법인이 설사 계약서를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경영수첩을 통해 콜옵션 내용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삼정회계법인은 당시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외부감사인이었기 때문에 이 내용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리인은 “나스닥 상장 기업인 바이오젠이 이미 2012년 콜옵션 공시를 했다”며 “글로벌 회계법인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관련 회계사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콜옵션 조항을 모르고 있었지만 삼성 측 압박에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 측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제시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자회사 삼성에피스를 세우면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2~2013년 고의적으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부채로 계산되는 콜옵션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아 ‘자본잠식'을 피하게 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 삼성가(家)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것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일 “검찰 수사는 증선위와 자료를 공유하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수사 과정에서 회계사들이 기존 진술을 바꿨다는 것”이라며 “최근 법원이 이번 수사 관련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증거인멸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