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건설현장 횡포에도 검찰·경찰은 물론 정부부처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수사에 들어가도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는다거나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이들의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현장 관리를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노조의 건설현장 횡포를 비난하는 여론이 커지자 최근에서야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조사가 아닌, 사실관계 확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조 횡포사례를 조사한다기보다 그런 사실이 실제로 있었는지 건설협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노조의 불법활동이 신고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속수무책’이다. 조합원 채용 강요, 노조 전임비 수수, 공사방해 행위 등이 노사 간에 벌어지는 문제긴 하지만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으로는 조사 또는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노조의 부당한 행위를 파악해 6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나 이후 조사가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사 의뢰에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데에는 사측의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의뢰를 받고 현장에 가서 정식 조사를 하겠다고 하면 현장감독 등 사측이 손사래를 치는 사례가 많다”며 “산업안전 규정 미준수 신고 등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서지만 이런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고용부는 오는 7월 시행되는 개정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법령을 위반해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고, 채용과 관련하여 금전 물품 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계기로 제정된 법이지만 민간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채용 강요, 금품 수수 등에 대한 처벌 근거가 생긴 것”이라며 “7월부터 이 법을 근거로 건설현장을 집중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현/양길성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