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이른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우리 정부를 향해 원색적 비난과 함께 터무니없는 협박을 가해왔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 이틀 전인 그제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라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였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김정은의 연설이 있은 지 2주 만이다.

조평통의 이번 담화는 거친 표현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줄이고 줄인 한·미 연합의 방어적 공중훈련을 언급하며 “북남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을러댔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이후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해 온 북한이 15개월 만에 우리 정부를 겁박한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독자적 경제협력 사업도 개시하라는 압박일 것이다. 일관되게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와 ‘빅딜’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어떻든 ‘만만한’ 우리 정부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여보겠다는 특유의 ‘판 깨기’ 위협전략이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에도 핵무기 역량을 강화해 온 것이나,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판을 복잡하게 하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위협은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과 태도다. 담화문이 나온 당일에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남과 북 모두 변함없다”고 말했다. 응석 수준을 넘어 조롱과 협박을 가해와도 항의나 경고는커녕 김정은 정권을 감싸고돌려는 자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 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응석과 생떼, 조롱과 겁박을 일삼는 북한의 방자하고 몰상식한 버르장머리를 언제까지 받아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