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고장 때 이유 밝히지 못해 부품만 교체, 24일 만에 또 고장
한수원, 두 번째 고장은 보고 의무 없다며 외부공개조차 안 해
'툭하면 고장' 고리원전 4호기 제어봉…사고 원인 오리무중
올해 초 고리원전 4호기 제어봉에서 고장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또 고장 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첫 고장 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고 주민에게도 알려졌지만, 두 번째 고장은 알리지 않아 논란을 낳고 있다.

2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29분께 고리 4호기 제어봉 52개 중 1개가 연료집합체 안내관 속으로 삽입되는 고장이 발생했다.

한수원은 해당 제어봉에 공급되는 전류가 일시적으로 약해지며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어봉은 원전 비상시에만 삽입돼 원자로 출력을 낮추거나 완전히 멈추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에 비유된다.
'툭하면 고장' 고리원전 4호기 제어봉…사고 원인 오리무중
한수원은 삽입된 제어봉을 26분만인 오후 10시 55분께 인출했다.

그사이 원자로 출력은 평소보다 4.3%가량 떨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해당 제어봉이 불과 24일 전인 지난 2월 20일에도 똑같은 고장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제어봉 52개 중 고장 난 1개의 제어봉에서 연속해 고장이 났다.

첫 고장 때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 2월 첫 고장 때 원전 출력을 평소 49% 수준으로 낮추고 닷새간 점검을 벌였지만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못해 제어봉 부품(퓨즈)을 교체하고 케이블 접속부 등을 점검한 뒤 재가동 했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제어봉 공급전류가 일시적으로 약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왜 약해졌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최근 고장 발생 후 제어봉 주변에 기록계 17개를 설치해 이상 전류 흐름의 이상 현상을 모니터링 하고 있고, 현재까지 이상 흐름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툭하면 고장' 고리원전 4호기 제어봉…사고 원인 오리무중
똑같은 고장이 두 번 발생했지만, 한수원은 첫 고장만 원안위와 주민에게 알리고 두 번째 고장은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인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두 번째 고장은 원안위 보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첫 고장 때는 제어봉을 삽입한 상태로 점검하는 방법을 써 원자로 출력을 인위적으로 낮췄기 때문에 보고 대상이 맞지만, 두 번째 고장은 제어봉을 인출한 뒤 점검하면서 출력을 낮추지 않아 보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제어봉을 삽입했을 때와 인출했을 때는 전류 흐름이 달라 첫 고장 때 제어봉 삽입 점검으로 원인을 밝히지 못해 두 번째는 다른 방식으로 점검을 한 것"이라면서 "두 번째 점검방식은 발전소 출력을 낮추지 않아 보고 의무가 없었고, 원안위와 부산시 기장군에 구두로 상황을 설명해 은폐 의혹 제기는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두 번째 고장의 경우 원자로 출력 감발이 없어 정식 보고 대상이 아닌 것은 맞고 상황공유가 이뤄졌다"면서 "원자로 설계 때 제어봉 1개가 고장 나는 상황까지 고려돼있어 원전 운영이나 안전성에 문제는 없지만, 이 같은 사고는 설비 신뢰도와 관련된 문제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올해 7월 계획 예방정비로 고리 4호기 발전을 멈출 때 고장 원인을 집중적으로 살핀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