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등 임대 형식으로 몇 년 살아보고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독주택 공급이 늘고 있다. 오는 6월 시범 전세 주택 10가구를 내놓는 경기 가평군 남이섬 인근의 ‘북한강 동연재’.  /드림사이트코리아 제공
전세 등 임대 형식으로 몇 년 살아보고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독주택 공급이 늘고 있다. 오는 6월 시범 전세 주택 10가구를 내놓는 경기 가평군 남이섬 인근의 ‘북한강 동연재’. /드림사이트코리아 제공
“단독주택도 살아보고 결정하자.”

층간 소음, 사생활 침해 사례가 빈번한 아파트를 벗어나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만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대안으로 단독주택 임대 거주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단독주택 분양에 부담을 느끼는 개발업체들도 임대 후 분양 전환에 나서고 있다. 미분양을 우려해 성급하게 할인분양하는 것보다 거주 후 만족도가 높아진 임차인에게 제값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원주택 전세 2억~2억5000만원

경기도시공사가 드림사이트코리아와 민간 참여 공동개발 방식으로 조성 중인 경기 가평 남이섬의 단독주택단지 ‘북한강 동연재’(154가구) 중 10가구가 오는 3월 전세로 나온다. 4년간 전세로 내놓은 뒤 분양 전환하는 방식이다. 일단 살아보고 주거 가치를 평가해보라는 취지다.

드림사이트코리아가 이번에 공급하는 시범 전세 주택은 대지면적 142~165㎡, 주택면적(실사용) 95㎡의 합벽식 단독주택이다. 가구별 전용 마당과 주차장, 울타리를 설치했다. 전세가격은 2억~2억2000만원으로 가평지역 전용면적 85㎡ 아파트 전세 시세(1억8000만~2억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거주 후 구입 의사가 없으면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 전세금도 물론 돌려받는다. 북한강 동연재는 국내 최대 규모 북미식 목조주택단지로 1차 60가구가 입주했고, 2차 61가구를 조성 중이다.

드림사이트코리아가 전세 후 분양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전원주택의 재산 가치 형성이 아파트에 비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는 “최초 분양 당시엔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비싸 보여 수요자들이 매입을 망설이지만, 대지지분이 넓은 전원주택은 입지만 좋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이 크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교통 환경이 개선되는 점도 향후 분양 전환에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29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된 제2경춘국도가 2022년 착공하면 단지에서 서울 강남까지 주행시간이 60분에서 40분으로 20분 단축된다. 북한강 동연재는 경춘선 가평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로 급행전철(ITX) 이용 시 용산역은 55분, 청량리역은 40분이면 닿는다.

LH 주도하는 임대형 단독주택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임대형 단독주택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초 세종시와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오산 세교지구 등에서 선보인 제로에너지 임대형 단독주택인 로렌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219가구의 임차인을 모집한 결과 1598명이 신청해 평균 7.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무 임대기간인 4년 동안 저렴한 임차료로 거주할 수 있고 단독주택 건축 시 발생하는 인허가 및 시공 등의 번거로움이 없어 단독주택 거주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로에너지 건물은 외벽단열과 창호 등을 통해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고 지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주택 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전기료, 냉난방비 등에서 일반 아파트 대비 65% 이상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다만 로렌하우스는 분양전환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 고운동 H공인 관계자는 “인근 타운하우스 전세가격이 5억원대인데 로렌하우스는 전용 85㎡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라며 “올초 잔여 가구 모집 때도 단독주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리며 바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LH는 최근 2차 사업으로 화성 동탄택지개발사업지구, 행정중심복합도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명지지구 등 3개 대상 지구의 7개 블록에서 임대형 단독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사업 참여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까지 대형 및 중견 건설사 16곳이 참가의향서를 제출했고, 3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독주택을 직접 건축하거나 구입할 때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면서 수요자에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성능 단독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주변 임차료 시세의 67% 수준으로 공급했다”며 “임대형 제로에너지 단독주택을 더 많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