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태제과 제공
사진=해태제과 제공
최근 식품업계에서 기존 인기제품을 약간씩만 바꾼 '변종 신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장바구니 품목'인 식품이 저연령층 인구감소로 수요가 줄어드는데다, 기업들이 소위 '대박'보단 안전한 '중박'을 노리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최근 연양갱을 아이스크림으로 바꾼 '연양갱바'를 출시했다. 연양갱바는 제조 과정부터 기존 방식을 그대로 살려 '장수식품'인 연양갱 소비자들의 수요를 그대로 잇겠다는 전략을 쓴 것이 특징이다.

제품의 디자인도 기존의 연양갱과 똑같이 만들었다. 옅은 갈색 빛깔에 '원조(元祖)' 로고와 특유의 서체까지 연양갱의 고유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연양갱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제품"이라며 "연양갱을 아이스바로 색다르게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PC삼립은 최근 1980년대에 출시했다가 단종된 '우카빵'과 '떡방아빵'을 재출시 했다. 우카빵과 떡방아빵은 각각 1984년과 1989년에 나왔던 제품으로 SPC는 이 외에도 소비자들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삼립호빵', '아시나요', '정통크림빵', '보름달' 등 오랜 기간 동안 사랑 받은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다시 선보였다.

지난해 연말 안성탕면을 변형시킨 '해물안성탕면'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농심은 최근 인기 제품인 신라면을 변형한 '신라면 건면'을 출시했다.

농심관계자는 "신라면은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신라면 건면은 3세대 신라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 제품의 변형은 식품 업계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2016년 단종됐던 스낵 '치킨팝'을 재출시 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단종 이후에도 오리온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재출시를 요구하자 회사 측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재출시된 오리온 스낵 '썬'도 비슷한 사례다.

과거에 출시됐던 제품이 다시 나오거나 신제품의 '가면'을 쓴 변형 제품들이 등장하는 것은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단 안정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살짝 변형해 출시하면 신작 못지않은 홍보효과를 거두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누구나 아는 제품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완전한 신제품보다 '변형 신제품'이 실패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신제품 출시는 투자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들을 살짝 변형시켜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에 좋다"며 "식품업계가 불황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신중한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