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MBC 드라마 ‘아이템’.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MBC 드라마 ‘아이템’.
‘진심이 닿다’, ‘아이템’, ‘좋아하면 울리는’, ‘타인은 지옥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했거나 올해 안에 나올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다. 올 한 해 이를 포함해 20여 편이 넘는 웹툰 드라마가 쏟아질 전망이다. ‘웹툰 드라마 풍년’, ‘웹툰 드라마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물밑에선 국내 양대 포털업체인 카카오, 네이버의 지식재산권(IP) 전쟁이 본격 펼쳐지고 있다. 자체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으로 확보한 웹툰 IP를 활용해 드라마를 만든다. 하나의 IP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재생산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의 일환이다.

참신한 소재, ‘스토리 리부트’까지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 원작을 즐겨 봤던 10~20대 팬을 시청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보통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도 많다.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키는 ‘스토리 리부트(story reboot)’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이런 점을 활용,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tvN에서 ‘진심이 닿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방영에 들어간 이 작품은 유명 배우 오윤서(유인나 분)가 완벽주의 변호사 권정록(이동욱 분)의 비서로 일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웹소설과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 웹툰은 연재 하루 만에 조회 수가 16만 건에 달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도 그림과 자막이 나오는 등 만화적인 요소가 눈에 확 띈다. 국내 대표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을 맡고 카카오M 소속 드라마 제작사인 메가몬스터와 콘텐츠지음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직접 제작하지 않는 경우엔 웹툰 판권을 방송사 등에 팔고 있다. 배우 주지훈, 김강우를 내세워 지난 11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MBC의 ‘아이템’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툰이 원작이다.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물건들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판타지물이다. 초능력으로 기차를 세우고 들어올리는 등 웹툰에 기반한 장면이 많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는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현재 제작 중)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이 밖에 웹툰 ‘이태원 클라쓰’를 드라마로, ‘롱리브더킹’은 영화로 연내 제작한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웹툰 IP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OTT 시장을 적극 공략할 전망”이라며 “이를 콘텐츠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웹툰으로 드라마, 영화 동시 제작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10편의 작품도 올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설립했다. 웹툰이 영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종의 ‘IP 브리지컴퍼니’다.

법 집행의 부조리를 꼬집은 웹툰 ‘비질란테’는 연내 드라마와 영화로 동시 기획·제작된다. 두 개의 장르로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은 국내 최초다. 올 하반기엔 OCN에 ‘타인은 지옥이다’를 드라마로 방영한다. 배우 임시완 등이 캐스팅된 이 작품은 시골 청년이 상경한 뒤 오래된 고시원에 살면서 겪는 기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웹툰 ‘여신강림’ ‘금수저’ ‘내일’ 등도 드라마로 만든다. 스튜디오N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10편 이외에 2차 라인업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