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떨어지면 집값도 동반 하락할까.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1년2개월째 떨어지면서 집값 하락세가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사용가치에 가까운 전셋값이 급락한 만큼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으면 매매가격도 조정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부동산시장에선 흔히 전세가격을 매매가격의 선행지수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2006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공식은 일정 기간에만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전까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은 대체로 정비례 관계를 보였다. 동반 상승하거나 동반 하락했다. 2006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전년 대비 18.9% 오를 때 전세금은 9.8% 상승했다. 이 시기 전셋값 상승률은 2011년(10.8%)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집값 상승세(5.4%)가 한 차례 꺾인 2007년에는 전셋값 상승률도 3.7%로 덩달아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고꾸라지던 2008년 전셋값도 약세로 돌아섰다.

이 공식은 2010년부터 조금씩 깨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집을 사려는 수요보다 전세 수요가 더 많아져서다. 매매가격이 1.2% 하락한 2010년 전세가격은 6.4% 상승했다. 이듬해인 2011년 집값 상승률이 보합 수준(0.3%)일 때 전셋값은 10.8% 올랐다. 최근 13년 동안 가장 높은 상승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2011~2013년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데다 국내 경제 성장률도 둔화되면서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는 두 가격의 상승 추이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전셋값 상승세는 잠잠해지고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집값 상승률은 2.1%에서 6.2%로 올랐지만 전셋값 상승률은 2.0%에서 0.3%로 감소했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 전세 수요가 대거 매매 수요로 전환된 영향이다. 여기에 2014~2016년 아파트 분양이 대거 몰리면서 입주물량이 넘치자 전세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 매수 심리, 입주물량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두 가격 간 연관성이 일반적인 인식처럼 높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매수 심리 등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상관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3년간은 부동산 규제의 강도가 심하지 않아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만연했다”며 “전세로 살던 대다수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에 뛰어들면서 전세가격은 안정되고 집값은 크게 뛰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서울 부동산시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