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마련한 ‘금융회사 종합검사 계획안’이 금융위원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금감원이 제출한 계획안대로라면 보복·표적 검사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은행·보험·금융투자·신용카드·저축은행 등 전업권에 걸쳐 광범위한 종합검사를 나가겠다는 금감원 발상은 금융위가 볼 때도 ‘군기잡기’로 보인다고 지적한 셈이다.

‘종합검사’는 금감원 직원 수십 명이 금융회사에 한 달가량 상주하며 강도 높게 진행한다. 수검 회사의 일상 업무가 마비되기 일쑤인 데다 ‘건수 올리기’식 무리수가 많아 3년 전 금감원이 자진 폐지했다가 올해부터 부활시키기로 한 조사 방식이다. 자진 폐지 당시 금감원은 ‘선진국형 경영실태평가’ 도입과 ‘상시감사’ 강화로 금융사 건전성을 충분히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학자 출신 윤석헌 원장이 취임한 뒤 금감원 입장이 돌변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꼭 필요하다며 종합검사 부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전임자 정책이 3년여 만에 정반대로 바뀌면서 정책 일관성이 훼손됐다.

부실 회사를 콕 집어 개선을 유도하는 ‘유인부합적’ 방식을 도입하기 때문에 예전 같은 폐해는 없을 것이란 게 금감원 주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사와 전쟁도 할 수 있다”는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시장의 압박감이 크다. 금융위와 여당 의원들도 금감원의 과잉 의욕을 걱정할 정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스스로 폐지해 놓고, 부활시키는 데 대해 우려와 의문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가뜩이나 ‘관치 금융’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는 시점이다. 금감원은 즉시연금·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금융사 결정조차 거부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사법부 판단과 자신들의 결정은 별개라며 복종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에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는 금융당국”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민간회사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코치가 아닌, 공정한 경쟁을 관리하는 심판 역할이 본령이다.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재지정’이 유예된 만큼 중립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시장친화적 감독체계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