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노려볼 만하지만 수익률은 '글쎄'
상승 고개 튼 국내장 하반기 기대해볼만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사실 금년 들어 글로벌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 미국은 8년 장기 호황의 끝물이다. 뉴욕증시는 아직도 거품이 있고, 달러 강세도 정점일 것 같다. 중국은 중국대로 장기 초고속 성장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6.6%로 예상하지만 복수의 서방 전문가는 3~4%대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정한다. 최근 현지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도 경기가 심각하다는 말뿐이다. 철마다 등장했던 ‘그림자 금융 위기설’이 드디어 터지기 직전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된다고 해도 대규모 부양정책이 없으면 불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내 문제로 구심점이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헛발질을 하면 또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발을 빼는 중동도 잠재적 악재다.
그러니 신년 재운은 기대할 구석이 별로 없다. 그래도 60년 만에 온다는 ‘황금돼지해’를 현금 들고 보내기도 은근히 불안하다. 경험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조심하라고 하니 오히려 모처럼 나타나는 황금돼지를 놓칠 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행여 귀인(?)을 만날지 주먹구구식 셈법으로 짚어봤다.
우선,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인 미국을 보자. 작년까지 뉴욕증시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100% 상승해 사상 최고 주가를 구가했다. 미국같이 엄청난 규모의 증시가 이 정도 상승하면 아주 오랜 기간, 심지어 10년 이상 조정받을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다우존스 120년 역사에서 반복해 나타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주춤하면 전 고점을 탈환할 수도 있지만 상승장의 지속은 힘들다.
반면, 중국은 작년에 하락폭이 컸고 어떤 형태든 경기부양책이 기대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돌연 사퇴에서 보듯이 예측 불가인 나라에 굳이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타 선진국이나 신흥국 시장은 단타를 노려볼 만하지만 주머니가 얇고 마음이 바쁜 일반투자자들은 인건비 빼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보다 낮은 성장률과 1%포인트나 낮은 금리의 우리나라가 ‘돈’이 될까. 내키지는 않지만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한번 살펴보자. 일단 투자 심리는 작년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 막혀 돈이 갈 곳이 없고, 10년 제자리걸음으로 금융위기 수준의 주가에 더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역술(?)로 봐도 10년 동안 음기가 첩첩이 쌓였으면 이제 힘센 양기가 뻗칠 만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되고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 한고비 넘긴다.
한편,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당연히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 같다. 내수경기 침체는 구조적인 부분인데 최근 정부의 엄중한(?) 경제 기조가 변하고 있는 것 같아 하반기로 갈수록 형편이 풀릴 것이다.
연초 다들 반도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했을 때 삼성전자가 1년 최저가에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년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이익을 낼 때는 30%나 하락했다. 좋은 실적과 좋은 주가가 반드시 같이 가지 않듯이 경기와 증시도 시차가 있는 법이다. 올 들어 주가가 미약하지만 상승으로 고개를 틀었다. 최악이 반전의 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