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의 집회 종료 후 참가자들이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채 대학로를 행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의 집회 종료 후 참가자들이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채 대학로를 행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백배 천배 더 좋아요.”

백두칭송위원회가 지난 15일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연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남 환영집회’에서는 시종일관 김정은 찬양과 간증이 이어졌다.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선 “누구는 성조기에 일장기에 이스라엘기까지 흔드는데 인공기라고 왜 못 흔드냐”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으시는 김 위원장을 열렬히 지지하고자 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16일에도 위인맞이환영단 주최로 서울 강북구 수유역에서 ‘김수근 단장과 함께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강북구 환영행사’가 열렸다. 김 단장은 김정은을 “전쟁을 멈춘 위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미국은 전쟁국가이자 깡패국가”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백두칭송위와 위인맞이환영단은 지난 한 달 새 이 같은 집회를 30여 차례 개최했다.
"백두칭송위원회 등 김정은 찬양 집회 주축은 옛 통진당 세력"
남북한 평화 무드에 옛 통진당 세력 ‘활개’

이처럼 주말마다 서울 곳곳에서 버젓이 김정은 찬양 집회를 여는 백두칭송위와 위인맞이환영단은 어떤 조직일까. 한국경제신문이 이들을 추적한 결과 2014년 “자유민주적 질서를 파괴하려 한다”는 이유로 정당해산 심판을 받은 통합진보당 출신 세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법상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과 동일 또는 비슷한 강령을 가진 정당은 설립될 수 없다.

위인맞이환영단을 이끄는 김 단장은 2014년 통진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윤한탁 백두칭송위 공동위원장도 대법원이 2010년 이적단체로 판결한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공동대표 출신이다. 그는 2012년 이석기·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의 제명 방침에 반대한 바 있다. 백두칭송위에서 활동 중인 이나현, 변은혜 씨는 모두 민중당 소속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했다. 민중당은 통진당 출신 인사가 주축이 돼 지난해 10월 창당했으며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민중당뿐만 아니라 민중민주당(옛 환수복지당)도 옛 통진당 세력이 결성한 정당이다. 강령에 재벌자산 환수,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표로는 한명희 전 전국여성농민회 강원연합정책위원장이 선임됐다. 전국여성농민회는 통진당과 정책협약을 맺을 만큼 핵심 지지세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백두칭송위원회 등 김정은 찬양 집회 주축은 옛 통진당 세력"
작년 10월부터 10여 차례나 주한 미국대사관에 불법 진입하려 한 반미단체 청년레지스탕스도 민중민주당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 대사관 진입 시도를 한 인물 일부가 민중민주당에서 활동했다.

옛 NL 운동권처럼 ‘열혈 청년’ 양성

이들 친북 청년단체는 과거 민족해방(NL) 운동권 조직의 운영 및 투쟁 방식, 노하우 등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대사관 불법 진입 시도로 기소된 청년레지스탕스 소속 대학생들은 수사를 받는 동안 묵비권을 행사하고 단식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친북성향 학생운동단체였던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이 작성한 수사단계에서의 행동양식 ‘한총련 1만 간부 지침서’에는 “처음에는 되도록 묵비권을 행사해 그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스스로부터 수사 투쟁에 임하는 계획을 세우라”고 돼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통상 사상범은 소신껏 자기주장을 외친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수사기관과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학습이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레지스탕스가 미국대사관을 표적으로 삼은 것도 옛 운동권과 비슷하다. 1980년대 운동권에 미국 문화원은 점거 농성과 방화의 대상이었다. 유 원장은 “처음엔 낮은 단계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의식을 심어준 뒤 단계적으로 의식화 학습을 해나가는 것이 과거 NL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했다.

이인혁/정의진/고윤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