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영토 분쟁이 종교로까지 옮겨붙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300여 년간 소속돼 있던 러시아 정교회에서 완전히 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전체 동방정교회 교구 중 가장 많은 신자를 보유한 러시아 정교회가 거세게 반발해 정교회 자체가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정교회와 분리된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설을 선언하고 새 교회 수장을 선출했다.

이날 수도 키예프의 성소피아성당에서 성직자들이 비공개회의를 열고 3개로 나뉘어 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파를 합치기로 결정했다. 또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이끌 수장으로 예피파니 두멘코 주교를 선출했다.

회의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교회 법이 통하는 영토가 아니다”며 정교회 독립을 환영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세계 정교회의 최고 권위를 지니는 터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에 교구 독립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1686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결정에 따라 러시아 정교회를 이끄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자치교회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깊어지자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진해왔다.

러시아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을 받아들이면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동방정교회 대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전체 동방정교회 교구 중 가장 많은 1억5000만여 명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을 맡고 있는 키릴 총대주교는 대표적인 친(親)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인사로 꼽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