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증가로 16개월만에 최저
美 SEC, 관련 ETF 승인 연기로 급락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7일 400만원 선이 무너지면서 1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드포크(체인분리)’로 공급이 늘어난 데다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미루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전날보다 11.5% 급락한 코인당 383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300만원대로 떨어진 건 작년 8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지난달 초(710만원)와 비교하면 46.1% 떨어져 반 토막 났다. 연초 2500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5월부터 700만~800만원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한 달 새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폭락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하드포크로 인한 공급 증가가 꼽힌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달 15일 하드포크를 단행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의 기능 개선을 위해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된 가상화폐로, 여기서 또 다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캐시SV가 만들어졌다.

미 SEC가 6일(현지시간)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 결정을 내년으로 미룬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비트코인 ETF가 허용되면 기관투자가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 수급 측면에서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승인이 늦춰지면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며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폭락세가 쉽게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규제에 나선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홍콩 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는 지난달 ‘무면허’ 가상화폐거래소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포트폴리오의 10%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는 관리회사는 증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가상화폐공개(ICO) 등 가상화폐 관련 활동이 홍콩시민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만 증감회에서 면허를 취득하거나 증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