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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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업계에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세 폭락 탓이다. 업계에서 손꼽는 기업들마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로 '빨간불'이 들어왔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인프라 개발기업 컨센시스(ConsenSys)는 6일(현지시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200명 직원의 13%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1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한 것이다.

컨센시스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전세계 정부 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다양한 블록체인 산업을 펼쳐왔다.

두바이 정부의 공식 자문사이자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도 협력관계에 있다. 국내에서는 SK C&C와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컨센시스가 육성 중인 벤처기업만 50개 이상이다.

이처럼 컨센시스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블록체인 기업들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같은 지원의 배경에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급성장이 있었다. 이더리움의 공동창립자인 조셉 루빈 컨센시스 최고경영자(CEO)가 엄청난 규모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약 1달러(1100원)였던 이더리움 가격은 올해 초 1300달러(약 145만원)를 돌파했다.

그러나 풍부한 자금력은 이더리움 시세가 7일 현재 87달러(약 9만7300원)로 폭락, 연초 대비 16분의 1까지 빠지며 상황이 180도 변했다.

'생존 모드'로 돌아선 것. 조셉 루빈 CEO는 지난 5일 "과거에는 멋진 일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실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실용적 성공을 이뤄야 할 때"라며 "우리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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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컨센시스가 연간 지출하는 비용만 1억달러(약 1120억원)가 넘는다. 호황기 사업 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암호화폐 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스팀잇도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해고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네드 스콧 스팀잇 CEO는 이에 대해 "암호화폐 시세 폭락에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스팀 코인 역시 고점 대비 97% 가량 폭락한 상태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국내 관계자는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이더리움을 계속 보유해온 프로젝트들은 문 닫기 일보 직전"이라고 털어놓았다.

업계는 시세 하락 장기화를 대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굴러갈 만큼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지 못한 회사들은 얼마 가지 못해 무너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옥석 가리기는 당분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됐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마저 내년 2월 말로 재차 보류됐기 때문이다. 실망 매물로 인해 비트코인 시세는 300만원대로 빠지며 연중 최저점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이른바 '꿈과 희망의 시대'는 지나가고 생존이 지상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암흑기를 견뎌내는 실용 노선이 업계 최대의 화두가 됐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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