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통신비 내리자고 했더니…주판알만 튕기는 이통사
정부와 국회가 연이어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단말기 자급제, 통신요금 인가제, 보편요금제까지. 여러 대안들이 부상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자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이 '현재 가입된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만 정부나 국회는 가계통신비를 내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추진 중이나 국회가 시큰둥하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음성 200분, 데이터 1GB의 저가 요금제를 SK텔레콤에 의무 출시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단말기 자급제와 통신요금 인가제는 국회의원들이 밀고 있다. 최근 단말기 자급제가 단연 이목을 끌고 있다.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단말기 가격을 떨어뜨려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말기 자급제 논의도 시들해졌다. 현재까지 발의된 3건의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박홍근 의원,김성수 의원, 김성태 비례의원 발의)이 최근 과방위 법안 소위가 심사할 안건에 포함되지 못하면서다.

마지막으로 논의되는 것은 통신요금 인가제다. 인가제는 적정요금 수준을 유지하고 유효경쟁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사전 요금 규제다. 이동전화에서는 SK텔레콤이 규제대상이다.
[이슈+] 통신비 내리자고 했더니…주판알만 튕기는 이통사
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센 요구와 정부나 국회에서 움직임도 활발한데, 실질적인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이 통신비 자체에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통신비를 인하하자고 했더니 이동통신사들이 유리함과 불리함만 손위에 두고 주판 알을 튕기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단말기 자급제나 통신요금 인가제는 특정 사업자의 유·불리가 명확한 정책이다. 회사별로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자급제 찬성의 뜻을 나타낸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조심스럽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법제화가 된다면 따르겠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단말기 자급제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통신요금 인가제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이해관계만 명확한 정책 이슈다. 통신요금 인가제에 영향을 받는 사업자도 통신 요금 인하시에는 신고만 하면 되도록 법이 개정된 바 있다. 인가제 폐지 여부가 사실상 통신요금 인하와는 관련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인가제 영향권에 있는 SK텔레콤과 이를 반대하는 KT, LG유플러스의 목소리만 나오는 실정이다. 보편요금제 또한 이동통신사의 반발에 부딪쳐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보다는 특정 사업자나 세력에 유리한 정책이 시행되면 반대 효과에 대해서 누군가는 지적해야 하는 것들이 되풀이 되고 있어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에 대한 정책 방향들이 왔다갔다 하는 양상을 계속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통신비 인하 정책이 국정감사나 선거철에만 나오는 '단골' 소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저 인기를 끌기 위한 '포퓰리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이슈가 아무도 속 시원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정치권 단골 소재가 돼 버렸다"며 "정권에 도움이 되거나, 선거 공약이 되면서 인기 영합 소재로만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가계통신비 정책 방향이 국내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나 품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23일 열린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가계통신비 정책 개선을 위한 품질 기반 통신요금 평가' 발제 발표에서 "정보통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제공되는 통신 서비스의 품질이나 가치 측면에서의 요금 적정성 여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