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노동계 간 균열 조짐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정부와 밀월관계였던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계기로 ‘대(對)정부 투쟁’에 나서는 양상이다. 한국노총도 강력 저지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 노동계 요구를 거의 그대로 들어줬다. 그러다가 일자리 대란과 경기 둔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책 수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은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전략 차원일 것이다. 민주노총이 21일 총파업을, 한국노총은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한 터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들어갈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 ‘노동 약자 보호’ 같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용 세습 비리에서 드러났듯이 근로자의 4%에 불과한 그들만의 이기주의를 온갖 논리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지켜야 할 기득권’ 때문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불법·폭력적 행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 지방자치단체장 집무실을 점거하고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건물에 무단 침입하는 등 막무가내다. “미국에서는 테러(로 간주될 행위)”(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얘기가 여권 핵심에서 나올 정도다.

한경이 최근 주요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5%가 내년 한국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이유로 꼽은 것이 노사문제(85%), 임금 상승(72.5%), 규제(70%)였다. 노동계가 ‘투쟁’ 수위를 높이는 건 문재인 정부의 노동 및 규제 개혁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선전포고일 것이다. 주력 산업과 기업의 복합위기론이 불거지는 와중에 노조가 난국 타개에 힘을 모으기는커녕 정치투쟁에 나설 경우 어떤 결말이 빚어질지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국내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기업들마저 한국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