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산그룹 계열사 주가는 부진하지만 지주회사인 두산은 상승세를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다. 자체 사업 비중이 크고 연료전지와 전지박 등 신사업이 두산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주가 부진한데…지주사 두산은 '독야청청'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은 1500원(1.20%) 오른 12만6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 연중 고점(14만3000원) 대비 11.9% 떨어졌지만 연간 상승률은 11.5%로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은 올해 27.0% 하락했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실적은 좋지만 경기 둔화 우려에 올 들어 4.7% 떨어졌다. 오리콤은 6.5%, 두산건설은 48.6% 추락했다. 두산그룹 상장사 중 올해 주가가 오른 곳은 두산과 두산밥캣(1.3%)뿐이다.

두산은 자회사 실적에 주가가 좌우되는 여느 지주사와 다르다. 자회사 지분 가치보다 자체 사업 가치가 더 크다. NH투자증권은 두산의 기업가치를 6조4818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 중 66.5%가 자체 사업에서 나왔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자체 사업이 더 기대되는 회사”라고 말했다.

지난 3분기 두산의 연결 영업이익 2612억원 가운데 23%인 603억원은 두산 자체 사업에서 나왔다. 증권가에선 4분기에 두산이 자체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사업인 연료전지와 전지박 사업이 본격적인 실적 반영기에 들어갔다”며 “당장 연료전지가 4분기에 244억원의 이익을 내며 자체 사업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947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두산이 2014년 유럽에서 서킷포일이란 회사를 인수해 확보한 전지박 원천기술도 내년부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전지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주가가 184%, 올해 21% 올랐다. 두산그룹이 기대를 걸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도 두산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다만 두산중공업이 두산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어려움에 빠지면 두산이 계열사 지원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두산 자체 부채비율은 99%지만 연결 기준으론 290%에 달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