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모든 것을 걸고 카드회사로서 가본 적 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고 공부합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은 최근 서울 서초동 스튜디오블랙에서 연 ‘입주기업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에서 이 같은 경영전략을 밝혔다. 스튜디오블랙은 현대카드가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유오피스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대부분인 스튜디오블랙 입주자를 초청해 정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자리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디지털 전환에 미래 달려…모든 역량 투입"
그는 “현대카드가 ‘한국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고민하는 모양새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회장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털을 찾아가는 것처럼 나는 주주와 투자자에게 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에 주목해야 하는지 설득한다”며 “불안하고 걱정도 되지만 지금 이 길을 걷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무기’로는 데이터 분석을 꼽았다. 정 부회장은 “무작정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지갑 속 다른 카드를 제치고 지속적으로 현대카드를 꺼내들게 하려면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왜 현대카드는 주말에만 쓰는지’ ‘이 카드 이용자는 뭘 좋아하는지’ 등 사용자의 취향 정보를 알아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정 부회장은 “데이터를 쥐고 있는 기업은 힘이 있다”며 “카드에 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5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들 앞에서 ‘현대카드의 투자 1순위는 회사의 안정적 성장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이라고 공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 인프라를 갖춰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새로운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며 “당장은 손익이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직원이 디지털 전환 전략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을 질문했다. 정 부회장은 “비전이 있고 시장 상황이나 시대가 요구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설득하고 과감히 밀어붙여야 한다”며 “조직 내 저항이 있다는 이유로 변화를 제안하지 못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로서 일종의 배임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때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목소리에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할 의미있는 의견이 많다”며 “변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듣고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