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울상된 울산… 집값 폭락에 미분양까지 넘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重 구조조정 등 기업 불황에 집값 1년 5개월째↓
8월 감정원 조사 이래 최대 낙폭…1년 전 대비 -10%
8월 감정원 조사 이래 최대 낙폭…1년 전 대비 -10%

23일 울산 동구 전하동 리치공인 최정수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 230곳이던 동구 지역 중개업소가 최근엔 170곳 이하로 줄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연말까지 20~30여곳은 추가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얘기다. 조선업 등 주력산업 불황으로 경기가 나빠진 영향이다. 부동산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집값은 1년 5개월째 추락 중이다. 일부 단지는 4년 전 매매가격으로 돌아갔다.
ADVERTISEMENT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1.24% 하락해 17개월 연속 고꾸라졌다. 감정원이 2003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월간 낙폭으로는 가장 크다. 북구(-1.59%)와 동구(-1.50%), 남구(-1.17%), 울주군(-1.02%) 등 대부분 지역이 1% 이상의 하락폭을 보였다. 그나마 선방한 중구(-0.97%) 역시 하락률이 1%대에 근접한다. 최근 1년 집값 하락폭은 두자릿수에 가깝다. 북구가 -10.74%로 가장 크다. 동구(-9.02%), 울주군(-6.13%), 중구(-6.04%), 남구(-4.91%) 순이다.
![[집코노미] 울상된 울산… 집값 폭락에 미분양까지 넘쳐](https://img.hankyung.com/photo/201809/01.17804443.1.jpg)
주변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구 우정혁신도시에선 1년새 1억원 떨어진 아파트도 나왔다. 지난해 최고 4억2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서동 ‘우정혁신도시KCC스위첸’ 전용 84㎡는 지난 7월 3억1500만~3억3000만원 선에서 연달아 3건이 거래됐다. 고점 대비 최고 1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동천강변에 들어선 반구동 ‘e편한세상강변’ 전용 74㎡는 2년 전 3억7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썼지만 이달엔 3억1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ADVERTISEMENT

울산은 2006년 이후 줄곧 1인당 개인소득이 전국 최고여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통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지역소득통계에선 1인당 개인소득이 1950만원으로 서울(2051만원)에 뒤처지면서 10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제조업 성장률이 -2.1%로 뒷걸음질 한 영향이다.
일선 중개업소들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지역경제를 이끌던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불황 여파가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이 멈춰선 게 업황 부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2002년 스웨덴 말뫼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들여와 이른바 ‘말뫼의 눈물’로 불렸던 크레인이다. 지난달 말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이 크레인은 움직일 일이 없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가 3년 10개월째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ADVERTISEMENT
근로자 이탈로 원룸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인근인 꽃바위 일대 원룸 임대료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만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보증금 300만원에 월 20만~3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최정수 리치공인 대표는 “월세에 관리비까지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낙폭은 더욱 크다”면서 “준공 5년을 넘긴 원룸들은 아예 빈방”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의 물량 공급이 이어지는 중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년 3100가구 수준이던 울산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9800여 가구로 세 배가량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연말까지 8500여 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내년엔 1만1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세대수 대비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와 내년이 4.1% 수준으로 전국 평균(3.6%)을 웃돈다. 세종시를 제외하고 광역시 이상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H공인 관계자는 “외곽인 북구에 택지지구와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된 새 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이 1억4000만원 수준”이라며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렴한 전세가 계속 공급되다 보니 집을 사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집코노미] 울상된 울산… 집값 폭락에 미분양까지 넘쳐](https://img.hankyung.com/photo/201809/01.17804444.1.jpg)
임영주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주택 초과공급은 가격 하락과 미분양 증가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장기 수급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입자들은 역전세 가능성에 대비해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