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현 김해공항 확장·조감도)을 놓고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김해신공항의 문제가 많다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뒤 수그러들었다가 오거돈 부산시장이 6·13지방선거 당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재점화됐다.

오 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1일 울산KTX회의실에서 ‘동남권 신공항 태스크포스(TF) 공동보고회’를 열고 정부에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장은 김해신공항의 비행제한 시간이 오후 11시~오전 6시여서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데다 활주로도 길이 3.2㎞, 폭 60m에 불과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절차상 위법성 논란도 제기됐다. 사전 타당성조사에서 비행안전표면과 장애물제한표면 등을 분석할 때 군공항 및 민간공항 관련 법을 적용하지 않았고, 소음 현장조사 등 5개 시·도가 합의한 과업지시서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호산 경운산 오봉산 등 주변 장애물로 인한 항공기 안전성 문제가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3개 시도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하고 신공항 계획을 수립, 건설하는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협력단’을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일단 신공항 입지 재선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장관도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불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달 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동남권 지자체의 우려 사항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이들 지자체의 공항 담당자와 용역업체인 포스코건설, 활주로와 소음·안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활주로 배치와 소음 문제,안전 확보, 공항의 확장성 등 문제해결 방안을 알리고 지역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과 토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 보고회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에 걸맞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해공항 확장안이 강행될 경우 소음피해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소음수준에 따라 공항 인근 주민이 이주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공항 논란과 관련해 사회수석실 중심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기본적인 검토 방향은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예정됐던 청와대 및 17개 시·도지사 간담회가 태풍으로 연기됐지만 앞으로 열릴 간담회에서 이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의 문제는 입지 재선정 외에는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부산과 울산, 경남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을 조성해 동북아물류와 관광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울산=하인식/창원=김해연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