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양보없다' 메시지 발신…北美 비핵화 기 싸움 지속할 듯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두 달 동안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조명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공식적으로 쏟아냈다.

북한의 불만은 북미 협상이 미국의 '선(先) 비핵화' 주장과 대북제재에 막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때문에 북미 간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은 지난 두 달간 자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하고 유해송환 등 실천적 조처를 했으나 미국은 오히려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더는 신뢰할 수 없으며 그래서 양보 또한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북한은 6일 '압박외교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제목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미국이 "단계별 동시 행동원칙을 외면한 채 강도적인 '선 비핵화' 주장만을 고집함으로써 양국관계를 교착상태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北, 美에 "신뢰조치 취하라" 공세…리용호 이어 노동신문 가세
앞서 리용호 외무상도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연설에서 "조미 사이 충분한 신뢰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 결과에 대해 비난한 이후 대미 관계를 주제로 한 공식 비난은 자제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리 외무상의 ARF 회의 연설을 시작으로 이날 노동신문은 공식 논평을 게재, 그동안 미국의 협상 태도와 대북제재 강화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미 행정부가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와중에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한 러시아은행 1곳,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에 대한 독자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공식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더욱이 북한은 왜 자신들이 '단계별 동시 행동원칙'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지, 즉 북미 간 신뢰가 전혀 쌓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결국, 북한의 이런 강경한 입장은 미국의 강경 모드와 부딪치며 양국 간 기 싸움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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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특히 핵 및 미사일 관련 시설의 신고조치를 끌어내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유해송환과 ARF를 기회로 친서를 주고받으며 판을 깨지는 않고 있지만, 결국 양국의 팽팽한 대립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시간 싸움에서 자신들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북미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므로 먼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북한도 시간을 끄는 것이 마냥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리용호 외무상은 연설에서 경제건설 집중 노선으로의 전환을 밝히면서 "그 실현을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선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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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각지의 산업현장을 시찰하면서 낙후성을 지적하고 신경질을 내는 것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핵경제병진' 대신 '경제건설 집중노선'을 대내외에 선포한 만큼 경제발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도 북미관계의 진전과 그에 따른 제재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일 ARF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만나 "중국은 북한의 경제 및 민생 발전을 위해 힘을 닿는 한 도움을 지속해서 제공하길 원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도 비핵화가 교착국면에 빠져있고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북미 간에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의 의미를 낮추는 등 타협점을 찾아 물꼬를 트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