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건축 허가 면적이 작년 상반기의 절반 이하로 줄면서 물량 부족에 따라 서울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재건축 공사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한경DB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건축 허가 면적이 작년 상반기의 절반 이하로 줄면서 물량 부족에 따라 서울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재건축 공사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한경DB
올 상반기 서울지역의 아파트 건축허가 면적이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3년 뒤 입주아파트가 부족해지면서 서울의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국 주택 건축허가 17.2% 감소

국토교통부는 1일 올해 상반기 전국 건축허가 면적이 8140만㎡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고 발표했다. 착공 면적은 같은 기간 4.0% 증가한 6390만㎡, 준공 면적은 13.1% 늘어난 7490만㎡로 집계됐다.

주거용 건축허가 면적은 2840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감소했다.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등 상업용 건축허가면적(2261만㎡)은 2.4%, 공장과 같은 공업용 건축허가 면적(828만㎡)은 1.2% 줄어들었다. 다만 문화시설과 의료시설 등 문교사회용 건축물의 허가면적은 457만㎡로 6.9% 증가했다.

서울의 주거용 건축물 허가가 두드러지게 줄었다. 서울지역 아파트 건축허가는 올 상반기 91만㎡로, 전년 동기(218만㎡)보다 58.4% 급감했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용 건축물 전체 허가면적도 올 상반기에 207만㎡로, 전년(338만㎡)보다 3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주택허가 '반토막'… "3~4년 뒤 집값 불안"
재개발·재건축이 억제되면서 올해부터 건축허가 면적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의 주거용 건축물 허가면적은 2015년 960만㎡에서 2016년 624만㎡로 줄었다가 1137만㎡로 늘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피하기 위해 재건축 사업을 서두른 영향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건축 허가면적은 작년 연간 면적 대비 18%에 그쳤다.

신도시·택지지구 공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경기도 주거용 건축물 허가면적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3045만㎡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2573만㎡, 지난해 1780만㎡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상반기 허가면적은 773만㎡로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지난해 총량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집값 상승 뇌관될까

서울 주택허가 '반토막'… "3~4년 뒤 집값 불안"
서울 주거용 건축물 허가 면적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올 3월부터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시행되면서 강남권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진 까닭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사업이 50% 이상 진척된 단지들도 재건축을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가 대규모 재개발 대신 마을가꾸기 수준의 도시재생을 선호하면서 강북권 재개발도 급감하는 추세다.

경기도 건축물 허가 면적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해서다. 방침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택지 조성과 분양을 거쳐 공급되기까진 최소한 5년 걸린다.

이 같은 허가 감소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는 뇌관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통상 아파트는 허가 이후 분양, 착공 등을 거쳐 3~4년 뒤 준공한다. 올해 허가 물량이 급감하면 3~4년 뒤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집값은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며 “서울 집값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그나마 2020년까지 연평균 3만 가구 안팎의 입주가 이뤄지지만 그 이후엔 입주물량이 급감한다”며 “많은 다주택자가 이런 점을 예상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