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박원순 시장의 도심재개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주택(200가구 미만) 정비에 관한 서울시 조례안의 기준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것이다.

시의회는 “시 조례안이 정비사업 활성화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며 새 조례안을 요구했다. 시는 1일부터 시작된 제10대 시의회 회기에 새로운 조례안을 제출해야 한다. 시의회의 압박에 따라 서울시가 기존 조례안보다 완화된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만큼 도심 재개발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의 ‘7층 규제’ 제동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말 열린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서울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안’(빈집조례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김정태 의원(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조례안이 상위법인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특례법)의 입법 취지와 달리 활성화가 아니라 규제 일변도로 구성됐다”며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빈집 조례안' 제동… 미니 재개발 '탄력'
빈집조례안은 지난 2월9일 시행된 빈집특례법에 따른 위임사항 및 저층 주거지 개선을 위한 사항이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한 정비사업보다 작은 규모를 가리킨다. 자율주택정비사업(20가구 미만), 가로주택정비사업(20가구 이상), 소규모재건축사업(200가구 미만) 등이 해당된다. 이 같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도심 저층 주거지를 정비할 대안적 정비사업 모델로 관심을 받아왔다.

박 시장 발의로 의회에 제출된 빈집조례안은 상위법보다 한층 강한 규제를 담아 논란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7층 규제’다. 2종 주거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할 때 일률적으로 7층으로 층수를 제한했다. 특례법 시행령에서 15층 이하 범위에서 조례로 층수 제한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2종 일반주거지역은 7층 이하로 지정된 지역 외에는 층수 제한이 없다. 김 의원은 “난개발 우려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모든 2종 일반주거지역에 7층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할 때 상위법은 상한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한 단계 낮은 허용 용적률을 적용하도록 한 것도 지적을 받았다.

시 조례안은 또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용적률 완화를 위해선 연면적의 30% 이상으로 임대주택을 짓도록 했다. 김 의원은 “가장 소규모로 시행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에서 임대주택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빈집특례법에서 조례에 위임한 주차장 설치 완화 사항도 조례안에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빈집 조례안' 제동… 미니 재개발 '탄력'
◆“규제 완화, 지지부진 정비구역 활기”

김 의원은 “소규모 주택정비구역은 대규모 재개발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가 서울시 빈집조례안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한 만큼 새 조례안은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층수 규제 등이 완화되면 사업성이 낮아 진척이 더디던 정비구역에 온기가 돌 전망이다. 시흥3동 석수역뉴타운해제지역, 오류동 오류뉴타운해제지역, 양평2동 유성빌라재건축사업 등이다.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에서 새 단지를 지을 수 있는 층수가 높아지면 일반분양분이 그만큼 많아져 사업성이 강화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200가구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지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편이라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기 쉽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노후주거지 정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선한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