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격랑이 일고 있다.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가 27일 종료되면서 통신회사가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수 있게 돼서다. 세계적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도 한국 시장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어 기업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 전쟁 발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규제 일몰 2~3개월 전부터 케이블TV사인 CJ헬로와 딜라이브를 둘러싸고 통신회사들의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통신사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27일로 종료… 방송시장 일대 격랑 예고
◆규제 일몰로 ‘M&A 총성’ 울려

2015년 6월 시작된 유료방송 합산 규제는 3년 시한의 일몰 규정이다. 이 규제는 방송법 제8조 등에 따라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전부를 합해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를 합쳐 30.54% 점유율을 가진 KT의 시장 독주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 합산 규제의 연장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열쇠를 쥔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개점휴업’ 중이라 그대로 종료됐다.

가장 확실한 것은 KT가 더욱 몸집을 불리려 할 것이란 점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다양한 M&A를 통해 대응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넷플릭스처럼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자체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CJ헬로, 딜라이브 인수가 변수

유료방송 합산규제 27일로 종료… 방송시장 일대 격랑 예고
판을 뒤흔들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CJ헬로 인수가 꼽힌다. CJ헬로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13.10%로 3위 업체다. 케이블TV 사업자 중에선 탄탄한 망을 기반으로 3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신사로서는 이 점유율을 그대로 가져가면 단숨에 유료방송 순위를 바꿔버릴 수 있다.

현재로서는 10.89% 점유율로 유료방송 시장 4위에 머물러 있는 LG유플러스가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CJ헬로를 내밀하게 실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올초 돌았던 LG의 인수설이 규제 일몰을 계기로 재점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몸값은 2016년 무산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시도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매각 가격은 9000억원대였으며 이번엔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다. 송재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CJ헬로는 케이블 사업자 중 거의 유일하게 올 1분기에도 가입자가 늘었다”며 “CJ헬로의 몸값은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6.54%를 점하는 케이블TV 딜라이브도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OTT 셋톱박스 ‘딜라이브 플러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은 20만 대를 넘어섰다.

가격 부담이 결국 최종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딜라이브 채권단 등은 2015년부터 매각 희망가격을 2조원대로 제시했다. 서초방송을 제외하고도 딜라이브의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