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 제국’을 일군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65·사진)이 오는 26일 사임한다. 슐츠 회장은 4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스타벅스는 수백만 명이 커피를 마시는 방식을 바꿨다”며 “그뿐 아니라 우리는 세계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의 삶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케빈 존슨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긴 뒤 이사회 의장직만 맡았던 슐츠 회장은 앞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남는다. 후임 회장은 JC페니 CEO를 지낸 마이런 얼먼으로 결정됐다.

슐츠 회장은 뉴욕 빈민가 출신이다. 1982년 미국 시애틀의 커피업체 스타벅스에 입사했고 1987년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매장 11개, 직원 100여 명에 불과하던 작은 커피 체인을 36년 만에 세계 77개국에 2만80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직원 수는 약 24만 명(2016년 기준)에 달한다.

슐츠 회장은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개념을 도입해 스타벅스를 키웠다. 이 덕분에 스타벅스는 평범한 커피점을 넘어서는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했다.

일각에선 ‘미국 문화의 아이콘’으로까지 평가받는다. 슐츠 회장의 경영 철학과 성공 스토리가 경영학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슐츠 회장의 다음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AFP통신 등은 슐츠 회장이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스타벅스를 경영하면서 인종, 성 소수자, 총기 문제, 소외계층 청소년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미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인종차별 반대 교육’을 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작년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매일같이 혼란을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고 “향후 5년간 세계에서 난민 1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