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운데)가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논의방향과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3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김소영 로이터 서울지국장, 문 특보, 이근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운데)가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논의방향과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3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김소영 로이터 서울지국장, 문 특보, 이근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26일 “북한은 핵을 완성하면서 인민을 위한 정상국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경제발전과 핵 개발은 양립 불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적인 결정의 결과지만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만 경제를 재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오는 6월에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미국과 북한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 내용이) 다자 관계 속에 포함돼야 한다”며 “다자 간 합의에 이런 내용을 포함해야 정권 교체가 돼도 그 약속을 지키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는 이날 킨텍스에 모여 ‘남북 정상회담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북한이 ‘비핵화 선언’을 할지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실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핵화가 체제 안전이라는 국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당장 핵무장 행보를 멈추고 저자세를 유지하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반면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정기획자문위원)는 “지금이야말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적기”라며 “김정은은 인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상회담 정례화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앞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핵화·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주제의 1차 토론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남쪽에서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정상회담이) 이번이 우리 측에서 열린다면 다음에는 통일각에서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례화의 계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종전은 정치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으면 휴지조각”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남북 종전선언에 인식을 같이하고 협력하기로 했다는 말만 나오면 의미가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종전선언은 사실상 1950년 체제를 종식하는 것이어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는 게 실질적인 내용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차원에서 미국도 약속이 준비돼야 한다”며 “군사훈련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도 “김정은이 ‘안보·체제 불안이 없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북한 안보 체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