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산업 생산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자의 고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공공 부문 인력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늘어 재정 건전성과 사회시스템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발표한 ‘산업별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을 통해 산업생산은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취업자 증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3년 1월부터 최근까지 취업자 증가율과 산업생산을 분석해서 장기 추세를 파악한 결과다. 산업경기와 고용이 괴리됐다는 얘기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2013년 초반 1.9%에서 올 3월 2.4%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취업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1.0%까지 하락했다. 업종별로 운수업(-0.7%)에 이어 취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0.5%), 제조업(-0.1%)도 감소 추세다.

제조업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이 글로벌 수요 확대 덕분에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취업자는 줄고 있다. 조선업과 자동차업 등 주력 제조업에서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크게 위축된 여파다.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되는 취업자가 많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의 경우 인건비 인상이 기존 사업체 고용 축소와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에선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공공행정 분야는 2015년 이후 취업자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지며 산업생산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과도한 인력 유입은 장기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출 대비 취약한 내수 경기의 활력을 높이고 고용 흡수력이 양호한 서비스업을 육성해 고용 없는 성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제조업은 10억원당 5.32명인데 서비스업은 11.54명으로 두 배에 달한다.

또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고 민간 고용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을 포함한 생산자원이 원활하게 이동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퇴출되는 사업체 인력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취업훈련과 전업지원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말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