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긴호흡으로 뉴삼성 만들겠다"
“삼성이 수년간 방향 전환을 고민했지만 주저하던 사안들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도 속으로 ‘바꿔야 한다’며 답답해하던 일이다. 과거와 확연히 다른 JY(이재용)식 해법이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다.”(삼성 고위 관계자)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죄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삼성 계열사 경영진이 기존 경영 관행과 틀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시절 ‘제2의 창업’이나 ‘신경영’과 같은 선언은 없지만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호가 조용히 닻을 올렸다는 평가다.

22일 삼성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출소 뒤 삼성 핵심 계열사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부닥친 경영 현안을 남은 재판이나 여론에 연연하지 않고 ‘긴호흡’으로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단기 처방보다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해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풀려난 뒤 삼성의 의사 결정이 달라지고 있다”며 “삼성이 수년간 고민해 온 비효율적인 경영 관행들이 차례로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결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10년 전인 2008년 4월22일 이 회장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당시 약속한 ‘1조원대 차명재산 사회 환원’에 대해서도 “의미 있게 잘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에서는 △사회공헌 △상생협력 △채용 △노사관계 △지배구조 등에서 고(故) 이병철 창업주나 이 회장 시절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