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GM사태 더 꼬이게 만든 정부의 고무줄 대응
20일 협상에서 한국GM 측은 군산공장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기간을 당초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노사 합의 타결 전에 추가 희망퇴직을 받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조는 달라진 게 없다며 반발했다.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한국GM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청산될 가능성도 있다. 300여 개 협력업체들이 문을 닫고 15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는 재앙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노조가 입장 변화 없이 버티기를 한 것은 데드라인 이후에도 협상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노조는 이날 협상 결렬 후 회사 측에 데드라인 연장을 요청했고, 회사 측은 정부와 협의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정부는 한국GM 문제를 시간 끌지 않고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스스로 그 원칙을 저버린 셈이 됐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초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신청 때도 노사 간 인력구조 조정안 제출 시한을 정해 놓고도 제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이를 연장했다. 당시에도 한국GM의 구조조정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결국 현실화됐다.
정부부터 한국GM 사태와 같은 큰 문제일수록 노사 모두 철저한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고무줄 대응으로 노조에 끌려다니며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안 된다. 자칫 노조의 강경 대응만 부추기고 국민의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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