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조윤제 주미 대사(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 및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조윤제 주미 대사(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 및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와 관련해 ‘워싱턴 담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 수장을 만나 연쇄 협의를 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개입 공개 주기 및 방식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점진적으로 하면서 연착륙시키되 최종 결정은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개입 정보 공개 주기는 6개월에서 3개월로, 공개 방식은 ‘순액’에서 ‘총액’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개입 정보 공개와 관련해 “한국 시장이 가장 적응하기 쉬운 빈도와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IMF 권고와 미국의 압력에 따라 외환시장 개입 정보 공개 방침을 공식화했으며 김 부총리는 이번 출장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관련 협상을 벌였다.

김 부총리는 므누신 장관과의 협상에서 개입 정보 공개 주기와 방식에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매달 개입 정보를 공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기별 또는 분기별 공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방식과 관련해선 미국이 시장 개입 내역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의 외화 매수·매도 총액 공개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순매수·매도액 공개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김 부총리가 ‘점진적 접근’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미국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환율 주권을 내줬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아예 무시하기도 어려워 둘 사이의 접점을 찾는 방식으로 결론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다음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4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만큼 당장 급할 것은 없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김 부총리는 결정 시기와 관련해 “조급하게 할 것은 없다”며 “이달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23일 귀국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다른 나라 사례와 관련 부처,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할 계획이다. TPP 부속문은 회원국이 3개월 내의 시차를 두고 외화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화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하면 환투기 세력이 악용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본다. 정부는 개입 정보를 공개한다 해도 환 방향에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는 정부가 분명히 대처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