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여성은 소중한 경제 자원
작년 합계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급락했다. 생산가능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에 거센 ‘인구 쓰나미’가 몰려오는 양상이다.

저성장과 인구 충격을 극복할 유용한 수단으로 여성 경제활동 활성화와 성차별 해소가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작년 방한 연설에서 저성장의 해법으로 노동인구 가운데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며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줄일 경우 국내총생산(GDP)을 10%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격차지수는 144개 국가 중 118위에 그치고 있다. 2015년 이래 계속 하락 추세다.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남성 대비 여성 임금 수준도 51%에 불과하다.

경쟁국에 비해 낮은 여성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여성고용률은 2016년 5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9.3%보다 낮다. 2010년 이후 개선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떨어진다. 고령화 속도가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노동력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우머노믹스(womanomics)를 저성장 극복의 주요 해법으로 인식하고 여성 경제활동률 제고, 남녀 임금 격차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고용률이 60%를 넘어서 성 평등 상황이 오면 출산율이 상승한다고 한다. 영국은 합계 출산율이 1.7명까지 떨어지다가 고용률 60% 근처에서 반등했다.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195만 명에 달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일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여성의 삶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게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임을 역설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70% 이상의 높은 고용률을 보이는 것은 여성친화적 정책으로 회사 복귀율이 60~70%에 달하기 때문이다.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결혼 페널티’를 최소화하고 육아휴직 같은 지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재정적 어려움, 직장동료 및 상사 눈치 보기 등으로 육아휴직 이용률이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현대백화점의 남성 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육아휴직 남성 직원에게 최근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전한다. 최대 30일 휴가를 사용하는 ‘육아월’ 제도,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직원에게 가사도우미 비용을 지원하는 ‘워킹맘 해피아워’ 제도 등을 시행한다. 미국의 주요 대기업이 유급 출산휴가를 확대하는 것은 양질의 여성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IBM과 월마트는 임신 여성에게 각각 20주와 16주의 유급휴가를 허용한다. 구글, AT&T, 페이스북 등 주요 기술기업도 비슷한 혜택을 제공한다.

여성의 유리천장이 높다. 직장 내 성평등을 평가한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매출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7%에 그치고 있다. 336개사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타인의 감정과 관계를 중시하며 업무 처리가 신중하다. 개방적·수평적 경영을 지향하는 21세기 기업문화에 잘 들어맞는다.

유리천장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는 27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글로벌 혁신기업은 성차별 시정과 다양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은 2014년부터 ‘다양성 보고서’를 공개하며 다양성 담당 임원을 두고 있다. 지주회사 알파벳의 최고재무책임자 루스 포라, 유튜브의 최고경영자 수전 보이치키가 대표적인 여성 경영자다. 중국의 알리바바조차 여성 임원이 37%나 된다. 300개 글로벌 기업에 대한 맥킨지컨설팅 조사 결과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여성의 역할을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