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정부 규제로 주택대출을 늘리기 힘들어져서다. 시중은행들은 올해만 은행별로 5조~9조원가량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영업을 강화하자 그간 이 시장에서 독보적 강자로 자리매김해온 기업은행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中企대출 강자' 기업銀과 전면전
◆중기 대출 시장이 새 전쟁터

우리 신한 국민 KEB하나 농협 등 기업은행을 제외한 주요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91조300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간 34조6276억원 늘었다. 특히 국민은행의 실적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국민은행은 이 기간 9조9547억원을 늘려 모든 은행 중에서 가장 많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은행으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은 8조9286억원을 늘렸다.

기업은행은 오랫동안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 분야 대출잔액이 146조1885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은행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춰 전체 대출 잔액의 77.39%를 중소기업 대상으로만 내고 있을 만큼 중소기업 대출 영업에 특화돼 있다. 기업은행을 제외하곤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은행은 아직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업은행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금융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에서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대대적으로 주택대출 규제를 시행한 것이 배경이 됐다. 주택대출 창구가 좁아지면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빠르게 저하됐다. 우리 신한 국민 KEB하나 농협 등 5개 은행이 지난해 8월 말 이후 지난달 말까지 늘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조5275억원에 불과하다. 이 분야 1위인 국민은행은 7개월 동안 2조6641억원만 늘리는 데 그쳤다.

주요 수익원 중 하나였던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한계를 느낀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기업은행보다 낮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세우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금리는 1~3등급 기준으로 연 3% 초반까지 내려갔다. 주요 6개 은행 중에서 우리 신한 KEB하나 농협 등 4개 은행이 기업은행(연 3.83%)에 비해 낮은 연 3.01~3.53%의 금리를 책정했다.

지난해 말 시장금리 및 기준금리가 올라간 뒤에도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낮추기 경쟁은 여전하다. 지난 2월 기준 1~3등급 중소기업 신용대출금리는 6개 은행 평균 연 3.64%다. 이 중 우리 국민 신한 KEB하나은행의 금리가 기업은행(연 3.97%)보다 낮다. 심지어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과 같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銀 ‘100조원 클럽’ 목표

은행들은 올해도 각기 5조~9조원가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지난해 10조원 가까이 늘려 91조8237억원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을 기록한 국민은행은 올해 8조~9조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에 국민은행이 기업은행에 이어 ‘중소기업 대출 100조 클럽’에 가입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주택대출 영업만으로 실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시장을 집중 공략해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올해의 주요 과제”라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최대한 방어하려는 태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오랜 기간 쌓아온 중소기업 영업 노하우를 활용해 최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