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어르신 통신비 감면’이 규제개혁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규제개혁위는 13일 어르신 통신비 감면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사해 전원 합의로 통과시켰다. 어르신 통신비 감면책은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층에게 매월 1만1000원의 요금을 깎아주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작년 6월 발표한 통신 분야 공약에 포함된 대책이다. 공약 발표 때부터 업계 일각에선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민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복지 확대에 강제 투입하게 하면서 정부가 생색을 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올해 3월 시행을 목표로 시행령 개정을 준비했지만, 작년 11월 규제개혁위 심사에서 ‘심사 보류’ 결정이 내려지면서 일정이 늦춰졌다. 당시 규제개혁위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요금 감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통신사 의견을 수용했다.

이후 업계, 정부, 시민단체, 학계 인사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고령층 요금 감면 연령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이날 규제개혁위 심사를 통과했다. 이 대책은 올 하반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요금 감면 혜택을 받는 노인층의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사들은 어르신 통신비 감면 대책 시행에 따른 이익 감소와 함께 중복 수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저렴한 특화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어 이 요금제를 이용하는 노인층의 중복 수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잇단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