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 사장(왼쪽) 박경진 부사장.
박정진 사장(왼쪽) 박경진 부사장.
‘천하장사’는 진주햄이 1985년 출시한 스틱 모양의 미니 소시지다. 생선살로 만든 이 소시지는 30년 넘게 아이 어른 모두 즐겨 찾는 간식으로 사랑받아왔다. 독주하던 천하장사는 2000년대 중반 등장한 CJ제일제당의 ‘맥스봉’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선 수년째 2위에 머물렀다. 작년 9월 천하장사는 편의점에서도 4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맥스봉(33%)을 꺾고 확실한 1위로 올라섰다. 2006년 매출 500억원대로 주저앉았던 회사에 합류해 다시 1000억원대 회사로 끌어올린 박정진 사장(43)과 박경진 부사장(38)의 ‘형제 경영’에 힘을 받았다는 평가다.

형제의 의기투합, 진주햄 살리기 8년

두 아들이 돌아왔다… 천하장사 힘 받았다
진주햄은 55년 전 국내 최초로 소시지를 생산했다. 계란물을 입혀 부쳐먹던 분홍 소시지, 도시락 단골 반찬이던 줄줄이비엔나 소시지, 스틱 모양 소시지 천하장사 모두 이 회사 제품이다. 창업주인 고(故) 박재복 진주햄 회장이 1980년대 직접 개발한 제품들이다.

잘나가던 회사는 2006년 갑자기 매출이 반 토막 났다. 햄과 소시지 등 어육 및 연육 가공식품 시장에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노틸러스효성과 컨설팅회사 네모파트너즈 등에서 일했던 차남 박경진 부사장이 먼저 경영에 참여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었다. 2010년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씨티그룹 상무였던 형 박정진 사장이 합류했다. 공동 대표를 맡은 둘은 힘을 합쳐 ‘진주햄 살리기’에 나섰다. 경영을 전공한 동생은 제품 생산과 유통 등 현장 실무를, 금융 전문가였던 형은 사업 확정과 수출 등의 밑그림을 그렸다.

형제가 경영에 참여하자 회사는 빠르게 바뀌었다. 기업 이미지(CI)를 바꾸고, 프리미엄 소시지 브랜드 ‘육공방’을 출시했다. 매년 신제품 70~80개를 새로 냈다. 참치, 만두, 육포 등 300여 개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식품회사로 탈바꿈했다. 손을 맞잡은 지 4년 만인 2014년 다시 매출 1000억원대를 회복했다. 작년 매출은 1186억원. 올해는 20% 증가한 1426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하장사 33년 만에 새 옷…시장 1위 탈환

두 아들이 돌아왔다… 천하장사 힘 받았다
둘은 장수 브랜드의 전통을 살리기로 했다. 천하장사는 작년 8월 출시 33년 만에 새 옷을 갈아입었다. 패키지를 다 바꿨다. 프리미엄급인 ‘천하장사 더블링’ 제품도 내놨다. 어육 스틱 소시지 제품은 보통 소시지 안에 치즈 등 토핑이 군데군데 박혀 있는데 더블링 제품은 중앙에 빨대를 꽂은 것처럼 토핑을 가운데 심어놨다. 일본의 기술을 들여와 2년간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천하장사 매출은 2016년 450억원에서 작년 530억원으로 17.6% 증가했다.

두 아들이 돌아왔다… 천하장사 힘 받았다
천하장사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진주햄은 올 2월 줄줄이비엔나의 프리미엄 제품인 ‘줄줄이비엔나 오리지널’을 새로 내놨다. 진주햄 관계자는 “3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원조 브랜드’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간 천하장사… 수제맥주 사업도

진주햄은 신규 사업과 수출에도 공격적이다. 2015년 인수한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해 작년에 약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약 60% 증가한 1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린 천하장사는 중국, 캐나다, 베트남, 미국, 대만, 홍콩 등에 진출해 있다. 중국에서는 2013년부터 ‘대력천장’이라는 브랜드명으로 팔리고 있다.진주햄은 최근 샐러드 프랜차이즈 업체 ‘샐러디’ 등 외식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