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선호현상 '뚜렷'
10년 넘은 곳 '세입자 구인난'
중대형 면적 하락폭 더 커
서울 강남권의 전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아파트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주택 공급이 많아서라기보다 세입자들의 ‘탈(脫)서울’, 주택 구입 등으로 인한 전세 수요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세 세입자 줄어 수급 미스매칭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입주 10년 이상 된 일반 아파트가 세입자를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 대규모 새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인 지역 전세가격도 세입자를 미리 구하려는 집주인들로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낡은 아파트도 전세가격이 뚝 떨어졌다. 정부 규제로 사업 절차와 이주 시점 등이 불확실해지면서 거주에 불안을 느끼는 세입자가 많아서다.
중대형 기존 아파트의 전세가격 하락폭은 더 크다. 올해 입주 10년차를 맞은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84㎡는 지난 1월 9억9000만~10억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2월엔 9억2000만~9억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9억원 밑으로 호가를 내린 전세 물건도 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 59㎡는 간간이 손님들이 찾기도 하는데 큰 주택형은 찾는 사람이 끊겼다”며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신축 아파트 전세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통에 기존 단지는 ‘세입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재건축 불확실성에 ‘타격’
송파구 일대도 전세가가 출렁이고 있다. 올해 가락동에 9500가구 규모 대단지 ‘송파헬리오시티’ 등이 입주를 앞둔 탓이다. 잠실동 ‘엘스’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작년 12월 9억원 선이었지만 2월 말 8억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트리지움’ 전용 84㎡도 작년 12월 전세가인 9억원보다 3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2월 세입자를 구했다. ‘리센츠’ 전용 124㎡ 전세가격은 현재 13억원 선으로 작년 12월(13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일대에 갭투자 식으로 집을 매수한 집주인이 많기 때문에 하락세가 좀 더 이어질 것 같다”며 “마음이 급한 소유주들이 1주일 새 5000만원씩 가격을 깎아가며 세입자를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이 활발한 서초구 반포동 일대 전세가격도 확 내렸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2월 초 전용 72㎡가 2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해 12월엔 전세가격이 3억2000만원이었다. 조합원 A씨는 “이달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임차인이 전세가격을 1억5000만원 내려달라고 요구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정부 규제 등으로 이주 시점을 알 수 없다 보니 소유주들이 임차인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대한 세입자의 요구에 맞춰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매가 하락 전조일 수도”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대거 추격 매수에 나선 것도 전세가격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강남 전세 수요자는 집값의 50~60%가량 자금이 있기 때문에 시장 전망에 따라 탄력적으로 반응한다”며 “세입자들이 집값 급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매 수요로 돌아서 전세 물량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약세가 지속되면 향후 매매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떠받쳐주지 않으면 매매가격도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선한결/민경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