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대표단 숙소  ‘삼엄한 경계’ >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묵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경찰들이 26일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 대표단 숙소 ‘삼엄한 경계’ >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묵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경찰들이 26일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을 했다. 그는 전날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데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천안함 폭침 주범’ 논란을 의식해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물밑 접촉을 최대한 늘려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남북한은 27일 판문점에서 평창동계패럴림픽 관련 실무회담을 연다.

◆“주변 4국과의 관계 중요”

정의용·김영철, 2시간 회동… "미·중·일·러 4개국과 관계가 중요"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오찬에는 우리 측에서 정 실장 외에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참석했다. 북측에선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나왔다.

양측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변 4국(미·중·일·러)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정 실장은 김영철에게 “작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변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런 노력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 차례 이상 정상회담을 하고 한 달에 한 번가량 전화통화를 했다”고 소개했다. 정 실장은 “한반도 정세에서 이런 한·미 관계의 토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철은 “문재인 정부의 그런 노력을 평가한다”며 “미국과의 대화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지난 25일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언급한 대로 이날도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오찬 참석자 중 장·차관급이 아닌 인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다. 이 본부장은 북핵 외교를 총괄하고 북핵 6자회담이 열릴 경우 한국의 수석대표를 맡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이 6자회담 재개 같은 얘기를 했냐’는 질문에 “다자회담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오찬이 낮 12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두 시간가량 이어지면서 양측이 구체적인 내용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 대화 없이도 남북 관계 개선되나

김영철 일행은 방문 첫날인 지난 25일엔 문 대통령과 서 원장을 만난 뒤 조 장관과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는 북한 방문단 8명 전원이 참석했고 조 장관과의 식사 때는 김영철과 이선권 등 5명이 나왔다. 두 자리에서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 회동에선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서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도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으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조 장관이 주재한 만찬 자리에선 남북 현안인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 특사 파견, 한·미 연합훈련,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대해 부분적으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의 모든 공식 일정은 한국 정부나 청와대 건물이 아닌 외부에서 이뤄졌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사건 주범으로 지목받아 국민적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남북한은 27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평창패럴림픽 실무회담을 연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