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무원 선발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 25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한 학원의 ‘1년 완성 설명회’를 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무원 선발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 25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한 학원의 ‘1년 완성 설명회’를 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9급 국가직 시험까지 D-43일.’

지난 23일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원서 접수 마지막 날.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 내걸린 전광판은 9급 필기시험 날짜인 4월7일까지 43일 남았음을 알렸다. 9급 직렬별 원서접수 최종 현황은 3월2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공무원 선발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접수 인원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지 관심사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6만3677명)의 공무원을 뽑을 예정이다. ‘공시 열풍’에 들썩이는 노량진 학원가를 찾았다.

한 달 합격, 지옥반, 빠독….

‘한 달 합격완성 설명회’ ‘한국사 핵심요약 빠독(빠르게 독파)’ ‘공무원 지옥반 개강’…. 노량진 학원가 곳곳에는 자극적인 문구를 새긴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공시생(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유혹하고 있었다. 일부 대형 공무원 학원은 언론의 사진촬영은 물론 수험생 인터뷰도 건물 내에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시험 한 달 전 수험생의 예민함이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길거리에는 학원특강 유인물을 나눠주는 ‘알바 아주머니’ 손놀림이 바빴다.

노량진 학원가에는 체육복 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공시생이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여성은 “문과생이라 취업이 어려웠다”며 “낯선 곳이라 두렵지만 딱 1년만 공부해서 합격증을 안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세무직에 지원했다는 또 다른 공시생은 “평균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더 이상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얘기한 지난달 고시촌 생활비는 △학원 수강료 40만원 △고시원 방값 35만원 △밥값 등 생활비 30만원 △교재비 10만원 등 총 115만원이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했다는 한 남성도 만났다. 그는 “퇴근시간이 들쭉날쭉하고 민간기업이어서 언제 잘릴지 몰라 고민하던 끝에 사표를 던지고 공무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E학원의 9급 공무원 상담가 한승기 씨는 “올해 상담 신청자 중에는 고졸자와 직장인이 특히 많았다”며 “선발 규모 확대 소식에 ‘부메랑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를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한 공무원 준비생)’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한 달 전 ‘방 구하기 전쟁’

노량진 학원가는 9급 시험을 한 달여 앞둔 지금이 성수기다. 마지막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방 구하기 전쟁도 치열하다. 공시생이 몰리면서 이곳 원룸 및 고시원 가격도 오름세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50만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은 줘야 방을 구할 수 있다. 고시촌에 자리한 메가부동산 관계자는 “주머니가 얇은 공시생이 원룸보다 시설이 다소 열악한 고시원을 많이 찾고 있어 월세 물건이 나오면 빠르게 소진된다”며 “값비싼 오피스텔도 방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9급 시험은 필수 3과목(국어 영어 한국사)과 선택 2과목 등 모두 5과목으로 치러진다. 과목당 20문제씩 모두 100문제가 출제된다. 필수과목은 절대점수가 반영되지만 선택과목은 난이도에 따른 조정점수를 반영한다. 2015년 394.78점이던 9급 행정직 커트라인은 지난해 403.24점까지 올랐다. 수험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영어와 한국사다. 변별력을 위해 지엽적인 문제가 매년 두세 개씩 출제되기 때문이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박영규 강사는 “나도 모르는 문제가 한두 문항씩 출제된다”며 “일단 공부하면 취득할 수 있는 85점을 목표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1회독한 뒤 시대별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이를 반복해서 정리할 것을 당부했다. 박 강사는 “매년 지엽적인 문제가 나오다 보니 학원가 수험서만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제 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한씨는 “수험기간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일단 목표는 하루 10시간씩 1년 안에 끝내겠다는 각오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에 합격한 사람의 상당수도 수험기간이 1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노량진 수험생 사이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집중해서 1년간 공부하면 합격한다는 ‘세븐 일레븐’이 은어로 회자되고 있다.

공태윤 기자/박현희 인턴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