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게임만 좀 잘됐으면….’

888일 만에 정규대회 커트 통과에 성공한 타이거 우즈(43·미국·사진)가 살아나고 있다. 드라이버 불안은 여전하지만 날카로운 쇼트게임으로 타수를 만회하며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우즈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샌디에이고 인근)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남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690만달러)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전날 1언더파를 친 데 이어 이틀 연속 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3언더파 공동 39위. 우즈가 정규대회에서 본선 경기를 치른 것은 2015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29개월 만이다. 선두는 11언더파를 친 알렉스 노렌(스웨덴).

드라이버 비거리는 준수했다. 평균 309.6야드를 찍어 전체 31위다. 1년여의 공백과 네 차례의 허리수술을 감안하면 놀라운 거리다. 하지만 정확도가 모자랐다. 티샷 10개를 치면 2개 정도만 원하는 곳에 떨어졌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21.4%에 불과했다. 아이언 정확도(그린 적중률 50%) 역시 좋지 못했다. 하지만 섬세한 어프로치로 위기를 막아냈다. 3번 홀(파3)에선 티샷이 홀 왼쪽 언덕 아래로 굴러 내려갔지만 높은 탄도의 로브샷으로 파를 지켰다. 공이 벙커에 네 번이나 들어갔지만 세 번을 파로 연결했다. 8번 홀(파3)에서는 칩샷이 홀에 들어갈 뻔했고, 9번홀(파5)에서 2m짜리 짧은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서 60대 타수를 적어낼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장활영 SBS 해설위원은 “쇼트게임만 보면 전성기 때의 우즈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우즈를 따라다니던 수천 명의 구름갤러리는 버디가 나올 때마다 “타이거!”를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즈는 “뜻대로 잘 안 됐다”며 “최종 라운드에선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흘 내내 언더파를 친 재미동포 마이클 김(김상원)이 중간합계 9언더파로 공동 3위다.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아낸 그는 한때 10언더파까지 타수를 줄여 공동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한국에서 태어난 마이클 김은 2000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줄곧 살았다. 토리파인스고등학교와 UC버클리를 나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