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소비자가 항소심에서도 진 두 번째 판결로 ‘누진제 적용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분위기가 굳어져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7일 정모씨 등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1, 2심은 “한전의 약관이 만들어질 당시 누진 구간과 누진율이 어떤 원가를 토대로 정해졌는지 알 수 없다”며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약관규제법에 따라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른 산정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거나 사회·산업정책적 요인들을 감안한 적정투자보수율 등 한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정씨 등은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 징수한 만큼 해당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2014년 8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약관규제법 제6조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봐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애초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6단계였다.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 단가가 비싸지는 구조다. 6단계에 들어서면 첫 단계보다 11.7배가 뛰어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가 만들어진 2004년 이후 12년 만인 2016년 12월 3단계로 요금 구간을 개편했다.

누진제 관련 집단소송은 전국 9개 법원에서 총 12건이 제기됐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9000여 명이 넘고 추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숫자까지 감안하면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가 소송을 담당해 더 주목받는 재판이다. 이들은 2016년 10월 첫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서 패소 판결된 뒤 줄곧 지다가 일곱 번째 판결인 지난해 6월 인천지법에서 첫 승전고를 울렸다.

당시 재판부는 “산업·교육용 등과 달리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누진제는 주택용 전력 사용만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전고등법원에서 소비자 측의 항소를 기각한 데 이어 이번에도 2심 재판부가 한전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며 이들이 애써 잡은 승기가 꺾이진 않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 변호사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