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황금 개의 성품을 닮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무술년(戊戌年)에 해당하는 ‘황금 개띠’의 해다. 고대 동양권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십이지신 가운데 열한 번째의 수호신이 바로 개다.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왔기에 개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하다. 50대를 전후한 세대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 철수와 영희 다음으로 정겨웠던 이름이 ‘바둑이’다. 꽤 오랫동안 국정 교과서의 표지모델로 자리를 지키며 ‘국민 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바둑이는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토종개 삼총사가 있다. 바로 진돗개, 삽살개, 경주개 동경이다. 진돗개는 충성심만 놓고 본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우수한 품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견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삽살’(액운을 쫓는다)개는 전염병이나 재난 등을 예방하는 영험이 있는 동물로 설화에 자주 등장한다. 동경이는 낯선 사람이 다가와도 짖을 뿐 달려들지 않아 반려견으로 인기가 높다.

저출산, 핵가족화, 1~2인 가구가 보편화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부쩍 늘었다. 반려동물인구 1000만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반려견이 노인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미주리대 의대와 마이애미대 노인학과 공동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평균 2~5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마다 5월이면 가정의 달을 맞아 반려견을 둔 가정이 즐길 수 있는 반려견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전북 임실 오수(獒樹) 의견문화제가 대표적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오수는 예부터 충심 있는 개 이야기로 유명하다.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잠자던 주인이 위험에 처하자 자신의 몸에 물을 적셔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 주인을 살려냈다는 얘기. 개의 충성심에 탄복한 주인이 무덤을 만들어주고 그 자리에 지팡이를 꽂아두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지팡이가 느티나무로 자라났다는 한 편의 감동 드라마다.

새해, 진돗개 ‘대한이’와 ‘민국이’의 해맞이 모습이 신문 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해를 품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의 점프가 의연하고 믿음직스럽다.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열린다(本立道生)’고 했다. 올 한 해 나라도 개인도 황금 개의 성품을 닮아 기본에 충실하며 우직하게 각자의 길을 열어나가길 바란다.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syna@rd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