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25위(자산 기준)인 효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주력 계열사를 합병한 이후 20년 만이다. 지주사 출범으로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사장 등 오너가(家)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한편 사업부문별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 2017년 9월6일자 A17면 참조

(주)효성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주)효성을 지주회사와 네 개의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인적 분할이란 존속 회사의 주주들이 기존의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효성그룹, 지주사 체제로 간다
(주)효성은 투자를 담당할 존속법인인 지주사와 분할회사인 효성티앤씨(주), 효성중공업(주), 효성첨단소재(주), 효성화학(주) 등 네 개의 사업회사로 분할된다. 지주사인 (주)효성은 자회사의 지분관리 및 투자를 담당한다.

효성티앤씨(주)는 섬유·무역 부문, 효성중공업(주)은 중공업·건설 부문, 효성첨단소재(주)는 산업자재 부문, 효성화학(주)은 화학부문을 각각 맡는다. 국내외 계열사는 신설회사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 주식은 해당 신설회사로 승계하고, 나머지는 (주)효성에 존속된다. (주)효성은 오는 4월2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6월1일자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다.

효성그룹, 지주사 체제로 간다
그동안 단일 회사임에도 일곱 개에 달하는 사업 부문을 유지해온 효성은 이번 지주사 전환이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은 섬유와 산업자재, 중공업 등 제조업부터 건설과 금융까지 사업 특성이 완전히 다른 분야를 퍼포먼스그룹(PG)으로 구분해 경영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효성T&C와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네 개 주력 계열사를 합병한 결과다. 매출이 1조원을 웃도는 사업부만 섬유(1조9791억원)와 산업자재(2조3838억원), 화학(1조1942억원), 중공업(2조5574억원), 무역(2조387억원) 등 다섯 개에 달한다.

조 회장과 조 사장 등 대주주들은 인적 분할을 통해 새로 출범하는 네 개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 출자해 지주사 신주를 배정받는다. 이럴 경우 조 회장(14.2%)과 조 사장(12.2%), 조석래 전 회장(10.1%) 등 오너가의 지주사 지분율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정원 효성그룹 상무는 “지주사 출범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설되는 사업회사들도 독립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