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산업용 금속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원자재 랠리'에 불붙인 미국 인프라 투자… "내년 구리·니켈값 더 뛴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조달러(약 108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8년 세계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믿는 것처럼 금속 가격이 계속 상승 사이클을 타고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최근 밝혔다. 자동차 기계 등 금속을 대량으로 쓰는 기업들은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구리값 16일 연속 상승

2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3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파운드당 2.45센트(0.7%) 오른 3.3085달러에 마감했다. 16일 연속 상승세로 이는 1984년 이후 처음이다. 구리값은 올 들어 32% 올랐으며 현재 가격은 2013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구리값 상승은 세계 경제 성장으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0.1%포인트 높은 3.6%, 3.7%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추진도 구리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인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을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달러 약세도 금속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금속은 달러 가격이 떨어지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 싸게 금속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4% 낮은 92.65를 기록해 지난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르는 건 구리뿐이 아니다. 이날 팔라듐 3월물은 온스당 7.10달러(0.7%) 오른 1063.45달러에 거래됐다. 2001년 1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치다. 연초에 비해 53% 상승했다. 휘발유 자동차의 매연 감축 촉매로 쓰이는 팔라듐 가격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껑충 뛰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알루미늄 니켈 아연 등도 올 들어 각각 31.0%와 20.8%, 28.3% 급등했다.

◆광산 투자 줄어…공급 증가 쉽지 않아

금속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량 증가는 여의치 않다. 프란시스코 블랜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상품파생담당 총괄은 “지난 몇 년간 금속값이 떨어져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에 대한 투자가 많지 않았다”며 “이들 금속은 전기차 등에도 필수적인데 공급과 수요량 간 시차가 있기 때문에 2018년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연기관 중형차 한 대에는 구리가 20㎏ 정도 쓰이지만, 전기차는 엔진 등에 약 40㎏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 공급도 불안하다. 올초 칠레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파업이 발생해 공급 차질을 빚은 데 이어 최근 중국발 쇼크가 추가됐다. 중국이 스모그를 이유로 공장 가동을 억제하고 있어서다. 중국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장시퉁예(江西銅業)는 25일 공해 유발을 이유로 최소 1주일 이상 생산 중단 명령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세계 원자재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환경오염을 규제하고 과잉 설비를 억제하고 있다”며 “알루미늄, 철광석 등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금속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시각도 있다. 많은 투자자가 연말 휴가를 떠나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투기 수요가 몰려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