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부터 보유 국채 등을 시중에 매각하는 양적긴축(QT)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시중 유동성 흡수 속도를 조절하고 채권 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공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상환액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 국채 월별 상환 한도를 600억달러(약 82조원)에서 250억달러로 감축하고 MBS 상환 한도는 기존대로 월 350억달러를 유지하기로 했다.

Fed는 2022년 6월부터 국채와 MBS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산 규모를 줄였다. 이에 따라 Fed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1년여 만에 9조달러에서 7조4000억달러로 감소했다. 다만 Fed가 국채나 MBS를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만큼 통화량이 줄어들었다. 단기적으로 국채가 시중에 쏟아져 나오면서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Fed가 이번에 QT 속도를 완화한 것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 QT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모순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의 유효한 수단은 기준금리”라며 “QT 속도 조절은 당초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이 목적은 완화적인 정책 효과를 거두려는 게 아니라 단기 금융시장이 스트레스를 겪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