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식시장 거래가 증가하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식 매매가 늘면서 6개월 안에 주식을 사고판 계좌 수도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심혈을 기울인 초대형 투자은행(IB)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도 증권업황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거래대금 사상 최대

6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10만원 이상 주식 매매거래를 한 계좌는 2456만 개를 기록했다. 10월 말 기준 한국 경제활동인구(2775만 명)의 88.2%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주식 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코스닥 거래대금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42조4228억원으로 1996년 7월 코스닥시장 개설 이후 월별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하루평균 주식 거래대금도 지난달 6조4738억원을 기록했다. ‘벤처붐’이 일었던 2000년 2월(4조5761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내년 전망은 더 밝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매매회전율이 높은 개인투자자 비율은 연초 40% 초반에서 현재는 50% 수준으로 높아졌다. 코스닥시장도 개인투자자 비율이 85%에 이른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비중과 지난 15년간의 연평균 회전율(유가증권시장 109%, 코스닥시장 507%)을 고려한 하루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올해 9조원에서 내년엔 최소 12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상장사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에서만 수수료 수입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추정한 내년 회사별 위탁매매 수수료는 미래에셋대우가 499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증권(432억원)과 NH투자증권(392억원)이 뒤를 이었다. 한국금융지주(296억원) 키움증권(214억원) 등도 지난해보다 10% 안팎 늘어난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위탁매매 방식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조금씩 변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거래고객에게 ‘평생 수수료 무료’ 조건을 제시했다. 수수료 수입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우선 늘린 뒤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얘기다.

◆이틀 만에 57억원 번 한투증권

중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IB사업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다섯 개 증권회사는 지난달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사업 영역 인가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의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신사업이다.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을 말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이틀 만에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고객에게 판매했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발행액 대비 1.5%의 마진을 가정할 때 지난달 이틀 동안 57억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연말까지 1조원의 발행어음을 고객에게 판다는 방침이다.

후발 주자는 미래에셋대우가 유력하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옵션상품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경징계 결정을 내려 발행어음 인가의 최대 걸림돌이 사라졌다.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초께 어음 발행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량기업 대출 중심인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은 투자수익이 높은 중견기업(대출 등 금융지원)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형 IB 업무 인가를 신청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회사는 사업계획서에서 조달 자금의 33%와 24%를 각각 중위험(신용등급 A급 이하) 채권 투자와 중견기업 대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IB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기자본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인수금융, 구조화금융 등도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업무 중복이 적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