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최혁 기자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최혁 기자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해집니다. 아무 거나 사두면 무조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거죠.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 연휴를 활용해 옥석 가리기 공부를 해야 합니다.”

국내 대표 프라이빗뱅커(PB)인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사진)의 말이다. 그가 예비 투자자들에게 공부를 주문한 이유는 간단하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의 습관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동부이촌동과 청담동 등 부촌에서 지점장을 거친 뒤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가 된 고 센터장은 자산가들의 특징을 이렇게 압축했다. “부자들은 늘 고민하고 공부합니다. 모두가 쉬고 있을 때도 말이죠.”

▶그동안 상담했던 자산가들의 투자 방식이 궁금하다.

“여러 가지에 중복 투자하기보다 똘똘한 하나에 집중한다.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지도 않는다. 대세상승이든 대세하락이든 자신만의 자산관리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다. 중요한 건 멘토가 있다는 점이다. 투자를 오래 해봤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그들은 멘토와 상의하고 공부한다.”

▶그렇다면 자산가가 아닌 사람들은 어떤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게 자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산관리를 배우려는 욕심 또한 없다. ‘어차피 나는 부자가 될 수 없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부자가 된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활용했다. 종이자산인 금융자산을 실물자산인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최혁 기자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최혁 기자
▶부동산 투자를 할 때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떤 게 있나.

“상가를 예로 든다면 그동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투자 1순위로 꼽혀왔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다녀도 소비인구로 전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소비인구가 많고 소비수준이 높은 곳에 투자하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동인구와 소비인구는 통계를 비교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통계엔 시차가 있다. 시장 변화에 후행한다.

“이동통신사나 카드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 데이터는 실시간적이다. 지역별 통화량으로 유동인구를 유추하고 매출액으로 소비인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본다면 오후 5~6시의 강남역이 국내에서 소비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강남불패’다.

“튼튼한 상권의 조건을 대부분 갖췄다. 일단 소비수준이 가장 높다는 화이트컬러 오피스상권이다. 일반적인 오피스상권은 주말이 공허하지만 강남역 주변은 우성아파트와 신동아아파트, 무지개아파트 등 배후 주거단지가 받치고 있다. 역세권이어서 어디서든 접근성이 좋은 데다 내로라할 어학원까지 모여 있어 학생들도 끊이질 않는다. 광화문이나 명동보다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교통과 오피스, 배후단지 외에도 상권을 튼튼하게 만드는 요소가 더 있나.

“문화상권이다. 대학가 중에서 유독 홍대 앞 상권이 탄탄한 건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인디밴드 같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여성들이 쇼핑할 수 있는 소상점, 화방 등 아기자기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로는 공연문화와 결합한 경우다.”

▶독특한 상권이 있다면.

“아파트상권인 동부이촌동이다. 성처럼 독립된 곳이다. 지역 안에 쇼핑몰이 없는데 그렇다고 외부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소비인구를 가둬두고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상권’인 셈이다. 게다가 부촌이다. 주말엔 한강공원과 교회 등을 찾는 인구까지 유입돼 상권이 안정적이다.”

▶신흥상권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경리단길은 낙후됐다는 이미지가 강한 해방촌 인근이지만 몇 년 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이 됐다.

“경리단길은 이국적 문화에 대한 수요에서 발전했다. 특히 주한미군의 영향이 강하다. 그들의 가족 또는 종속된 이들을 만나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서다. 하지만 미군기지가 이전한다. 문화상권의 근원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반면 같은 이태원이지만 한남오거리 상권의 경우 인근에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기반이 탄탄해진 곳이다. 한남오거리 상권은 당분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주의해야 하는 점이 많다.

“상권의 패권은 자주 바뀐다. 1990년대를 풍미한 압구정로데오도 사양길을 걷고 있다. 영등포의 번화했던 상권이나 잠실도 쇠락하는 중이다.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층을 쇼핑몰에 빼앗겨서다. 대학가는 해당 학교의 학생수가 많더라도 상권이 탄탄하지 않은 곳들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연세대는 1학년들이 인천 송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고려대는 지하철역 두 곳에 걸쳐 있고 교문이 많아 소비자가 분산된다. 아파트와 오피스의 경우에도 커뮤니티가 잘 돼 있는 곳은 소비인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글=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