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자담배 세금 일반담배의 80%로 올린다
정부는 한 갑당 126원인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의 80% 수준인 461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당도 9월 정기국회에서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중단된 전자담배 과세가 다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19일 국회에 제출한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법 검토안’을 보면 정부는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일반담배(594원) 대비 80%로 인상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검토안에서 “세계 아이코스 판매량의 91%를 일본이 차지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전자담배 세금은 일반담배의 81.6%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측 간사인 박광온 의원은 “이달 상임위에서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다시 논의해 최종 인상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안은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일반담배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안이 통과됐으나 상임위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일부 의원들이 ‘서민 증세’라며 반대해 논의가 중단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가 인상되면 담배에 붙는 다른 세금 항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담배에는 개별소비세 외에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이 부과된다. 정부안대로 개별소비세가 일반담배의 80% 수준으로 오르면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 총액은 현행 1739원에서 최대 2654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외국 담배회사의 폭리를 지적하며 일반담배와 똑같은 세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담배의 절반가량인 306원(57.8%)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아이코스를 생산 중인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전자담배가 인체 유해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개별소비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인체 유해성에 따라 세율이 달라져야 하는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며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 외에는 건강 위해 여부를 감안한 세율 경감 사례를 찾지 못했다”며 “덜 해로운 담배에 과세 기준을 달리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에 해로움이 덜한 담배를 개발하는 것은 담배 제조회사의 당면 과제”라고 필립모리스 측 주장을 반박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은 박 의원과 김 의원 양측 안을 절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의 75% 수준으로 과세하는 방안이 회의 막바지 유력하게 검토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일단 일반담배의 80%로 세금을 확정한 뒤 해외 동향에 맞춰 세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전자담배가 지난 6월 출시된 뒤 상당 기간이 경과됐기 때문에 세율부터 시급히 확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