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 불어넣게 돕죠"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서울새활용플라자’가 문을 열었다. 버려지는 물건에서 섬유·가죽·금속·나무·유리 등을 골라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곳. 서울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가운데 새활용(업사이클링·up-cycling)이 가능한 물건이 트럭에 실려 지하 2층으로 들어오면 소재별로 분류해 지하 1층 ‘새활용소재은행’에 모은다. 이를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한 디자이너 공방이 디자인 제품으로 제작해 팔게 된다.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무실에서 만난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사진)는 “디자인은 산업혁명 이후 물건을 팔기 위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 사회 약자를 돕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사회적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00% 재원을 출연해 2008년 12월 설립한 서울디자인재단은 DDP와 서울새활용플라자 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의 디자인 사업을 수행하고, 디자인 정책 수립에도 관여한다.

이 대표는 “디자인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며 “그냥 폐기물로 버려질 물건도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했다. 버려진 소방호수로 제작한 가방, 자전거 부품으로 만든 화분 등이다. 그는 “한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59%로 독일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새활용 비율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의 비전은 ‘사람이 중심이 된 디자인, 시민이 행복한 디자인, 서울의 품격을 높이는 디자인’이다. 그는 “겉으로만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iF 디자인어워드 본상을 받은 서울 연희동주민센터가 그런 예다. 재단이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려 2015년 재단장한 연희동주민센터는 ‘열린 주방’을 콘셉트로 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원래 자동차 디자이너였다. 대우자동차에서 ‘마티즈’ 등을 디자인했다. 이후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옮겨 홍익대 퍼스널모빌리티연구센터장을 맡다가 2015년 4월 3년 임기로 서울디자인재단 대표가 됐다.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자동차다. 오는 26일 DDP에서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국제 컨퍼런스’를 연다. 이 대표는 “예전엔 새로운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데 관심을 뒀다면 지금은 자동차로 인한 교통·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