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민관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민사·행정·형사에 걸쳐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년 1월까지 모색한다.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법위반행위 중지를 청구하는 사소(私訴)제도 도입, 공정위와 검찰의 협력 강화 등 제시된 11개 추진 과제 하나하나가 파장이 적지 않을 사안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분할명령제다. “과징금 부과나 고발 정도로 시장의 경쟁 회복이 어려울 경우의 대응방안”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기업을 정부가 강제로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를 비롯해 도입하자는 쪽은 늘 독과점 폐해로 비롯된 미국 스탠더드오일의 분할(1911년) 사례부터 들지만, 10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 분할된 회사들이 엑슨모빌로 다시 합병돼 미국 최대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석유·에너지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AT&T의 8개사 분할 같은 사례가 없지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강제분할안이 불발로 끝난 것처럼 규제당국과 기업 간 긴 법정싸움만 빚어질 수도 있다. 1977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 법 적용 사례가 없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게 많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나 견제에 앞서 살펴봐야 할 큰 흐름이 있다. 한국의 대기업, 재벌이라고 해봤자 갈수록 심해지는 무한경쟁의 국제 무대에 서면 외형 경쟁에서부터 밀린다. 자산, 시가총액 등의 세계 500대 기업을 봐도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등 2~4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순간에도 인수합병(M&A) 전쟁으로 덩치 키우기와 신산업 진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안 그래도 한국 대기업은 30년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따라 복잡한 규제를 받고 있다. 상호출자 금지를 비롯해 각기 다른 법령에 따라 38가지 규제가 있다. 대상 기업그룹도 65개나 된다. 일상적 기업 활동에 따른 ‘행위 제재’도 촘촘한데 ‘구조 제재’까지 도입하면 과잉 규제가 아닐 수 없다. 태스크포스는 기업 쪽 목소리를 많이 들어보기 바란다. 국가 간 경제 전쟁을 대행할 글로벌 대기업은 더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