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12%로 묶여 있는 경찰대의 여학생 선발 비율 조정을 두고 대치 중이다. 여가부는 여성 인권과 성평등 차원에서 ‘상한 폐지’를 경찰청과 조율 중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청은 여가부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제한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펄쩍 뛰었다. 논란은 ‘여경 확대’라는 민감한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찰대 여학생 제한을 폐지하면 ‘9급 순경’ 공채에서도 여성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치안업무 특성상 여경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거세다.

◆여가부 “폐지 추진” vs 경찰 “말도 안 돼”

정현백 여가부 장관도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찰대 입학생 중 여성 비중을 12%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경찰청과 함께 제한 철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가 ‘공공 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으로 경찰 고위직에 여성 진출을 확대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실무회의에서 ‘여성 비율 제고가 필요하다’고 하자 경찰청이 이런 방안을 내놓았다”며 “제한 철폐나 완화, 선발 기준 개선 등을 경찰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여가부는 경찰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달 말 여성 비율 제고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며칠 전 국회에서도 질문이 나와 청장이 ‘여경 비율이 이미 10%를 넘어섰고 업무 특수성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작년에도 ‘경찰대의 여성 비율을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거부했다. 직무 특성과 신체능력 차이로 여경 배치 범위가 넓지 않다는 이유였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높은 가치로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경찰이 여성 비율 제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 순경은? 일선 경찰들 ‘반발기류’

한동안 잠잠하던 ‘경찰대 여학생 비중 조정’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일선 경찰서는 술렁이고 있다. 특히 순경 공채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을 조짐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경찰청은 순경 공채 시 여성 비율 조정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순경 공채의 여성 비율은 약 10%다. 또 올해 순경 경쟁률은 여성(117 대 1)이 남성(35.6 대 1)의 세 배가 넘는다. 간부후보생 출신 A경위는 “경찰대 여학생 비중을 조정하면 순경도 같이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대만 조정하는 건 군대에서 병사는 남자 위주로, 간부는 여자 위주로 뽑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경찰 내부의 반감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장은 “여경은 장점도 많지만, 거친 치안 현장에서는 남성 경찰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체력 테스트를 남성과 동등하게 해서 뽑으면 모를까 여경을 늘리는 데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 한 경정도 “꼼꼼하고 똑 부러진 여경이 수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가 있다”면서도 “지구대나 파출소, 형사과, 교통 쪽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인데 여경 비율이 늘면 달가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상용/이현진/구은서 기자 yourpencil@hankyung.com